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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서도 아기 수유하는 의원 볼 수 있을까[정치쫌!]
뉴스종합| 2021-05-16 08:01
지난 8일 출산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본지 요청으로 산후 조리 중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14일 보내왔다. 역대 여성 의원 중 임기 중 출산 3번째인 용 의원은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을 발의해 이번엔 국회가 ‘예스키드존’이 될지 주목된다. [용혜인 의원 제공]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이달 8일 아들을 출산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이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를 데리고 ‘노키즈존’인 회의장에 출석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후보자 인사를 놓고 국회가 ‘정국경색’ 국면을 맞았지만, 용 의원의 출산소식에는 대통령과 여야의 축하가 잇따르고 있다.

14일 산후조리원에 머물고 있는 용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일을 하면서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까지 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어 유산위기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의 축하속에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어 기쁘다. 아들 ‘튼튼이’(태명)를 데리고 국회로 출근하고 싶다”고 출산 소감을 밝혔다. 용 의원은 출산직전인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유산을 걱정하다가 저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느껴야 했다”며 “유산 방지제를 맞았는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저처럼 출산을 선택하고 경험할 여성들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역 의원이 임기 중에 출산한 것은 19대 국회 장하나 전 의원, 20대 국회 신보라 전 의원에 이어 용 의원이 세 번째다. 그러나 현역 의원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전·산후 휴가가 따로 없다. 용 의원도 국회회의 때마다 일일이 박병석 의장에게 청가서를 제출, 불출석을 허락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국회법이 예전에 만들어지다보니 2030세대 의원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19대 국회부터 들려오는 현역 의원의 출산소식 자체가 변화의 기류라고 본다. 국회의원이 선출직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산전·산후 휴가와 ‘국회 예스키즈존’에 대한 논의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용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출산 소식을 알렸다. 그는 아기의 사진과 함께 “36주 6일째인 5월 8일 토요일, 건강하게 태어난 튼튼이를 만났다”고 적었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상희 부의장, 정성호·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축하가 잇따랐다. 최근 용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도 튼튼이의 탄생을 축하해주셨다. 바쁘신 와중에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신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며 문 대통령이 보낸 과일바구니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에 대해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행보라면 진영과 이념을 넘어 협치하겠다.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이 법의 공동발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통화에서 이에 대한 감사를 전하면서 “김 원내대표를 포함해 50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해 주셨다. 통과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많은 분들이 고민해주고 계신 만큼 21대 임기내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당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별다른 논의없이 폐기된 바 있다.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는 기존 규정을 근거로 아이 동반을 요구했지만 이마저 거부됐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 회의장에 국회의원과 총리, 국무위원 등만 출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호주 연방 상원 라리사 워터스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갓난 딸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연합]
2019년 8월 뉴질랜드 트레버 맬러드 국회의장이 동료 의원의 아기를 안고 분유를 먹이며 본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연합]

용 의원은 “아기는 원래 울고, 칭얼거린다. 그런 아기가 엄숙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국회에 출입, 수유하는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것은 그 어떤 곳이라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혹은 남성들이 더 많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체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해외에서는 국회 회의장에 아기와 함께 출석하는 것이 낯선 풍경이 아니다. 유럽의회와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의 국가의 국회 회의장에는 자녀 출입이 허용되고 모유수유도 가능하다. 2017년 호주 라리사 워터스 전 상원의원은 모유수유를 하면서 연설했으며, 2019년 트레버 맬러드 뉴질랜드 국회의장은 아이에게 분유병을 물리고 회의를 주재했다. 또 국회의원의 출산휴가 규정이 없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12주의 출산 휴가를 주고 있고, 독일과 핀란드·덴마크에선 출산휴가 또는 대체 의원 지명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용 의원은 “아이와 함께 회의장에 출석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을 계기로 국회의원 및 의원 보좌진, 국회 노동자, 지방의회 의원의 임신, 육아 출산 등 재생산권이 더욱 널리 보장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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