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정부 ‘출생통보제’ 도입 계획…“산모, 병원출산 기피” 우려도 [유령아이 리포트〈下〉]
뉴스종합| 2021-05-28 13:01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모래 한 줌이라면,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손가락 틈새로 빠지는 모래알과 같다. 틈을 좁히자는 목소리는 최근 10년 사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출생통보제’는 대표적인 대안으로 꼽혔다. 의료기관(산부인과)이 신생아 출산 사실을 공공기관에 직접 알리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부도 큰 틀에서 도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마련하고 이르면 이번주 입안보고를 거친다. 법무부장관 결재를 거쳐 다음달 중 입법예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작성한 개정안은 관련부처(보건복지부, 법원행정처)와 공유한 상태다.

출생통보제가 새롭게 도입되더라도 부모가 직접 출생신고 하는 현행 방식은 유지된다. 동시에 병원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개별 병원 사이에 놓인 전산망을 활용해 출생 정보를 알리게 된다. 현재 아동의 출생정보는 종국적으로 대법원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기록된다.

앞으로 병원을 통해 출생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게 되면 정부는 아동의 출생사실을 크로스체크(대조분석)하고, 신고가 누락된 ‘유령아동’을 파악할 수 있다.

이미 국회에는 출생통보제를 반영한 가족관계법 개정안(의원안)이 발의됐다. 법무부가 마련한 개정안에는 의원안보다 세밀한 내용이 반영된다. 부모가 일정기한 안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를 확인하면 국가기관이 직권으로 아동을 출생등록할 수 있는 근거와, 병원이 출생 사실을 전송할 때 입력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 등이 대표적이다.

손문금 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가장 효율적으로 (출산통보제를) 운영할 방법을 고민했고 심평원 전산망을 활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출생통보제 운영을 위한 기본예산을 반영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심평원은 출생통보제에 활용할 수 있게끔 전산망을 개선하려면 8~9억원 가량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에는 입법과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선 다층적인 의견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의료계에선 갖은 반대 의견이 존재한다. 홍순철 고대 안암병병원 교수는 “일선 개업산부인과의 현실적인 부담과 산모가 병원출산을 기피하는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출생통보의 대상을 외국인 아동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온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변호사)는 “출생통보제도가 아동의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외칠 수 있으려면 모든 아동을 누락하지 않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박준규·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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