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이란 대선 승리한 ‘강경보수’ 라이시…성직자 출신…차기 최고지도자 유력 [피플앤데이터]
뉴스종합| 2021-06-21 11:23

이란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1)는 4년 전(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38% 득표에 그쳤지만, 이번엔 61.9%를 득표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이란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1792만여표를 받은 라이시는 341만여표를 받아 2위에 오른 모센 레자에이, 3위 압돌나세르 헴마티(242만여표) 등과 비교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이번 대선은 전체 유권자 5931만명 중 2893만명이 투표에 나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역대 최저 투표율(48.8%)을 기록했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투표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치 지형이 압도적으로 기운 상태였다. 이란 국영TV 등 각종 매체가 대선 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라이시는 50~60%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란의 대표적 강경보수 성향 성직자인 그는 2019년 삼부 요인 중 하나인 사법부 수장에 올랐고,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 후임 결정 권한이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또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꼽힌다. 이란에서는 국가 중요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에게 있다.

1960년 이슬람 시아파 성지 이맘 레자 영묘가 있는 마슈하드 인근 작은 마을 출생인 라이시는 10대 시절 정규교육을 그만두고 중부 도시 콤에 있는 신학교에 입학했다. 콤은 이란의 유서 깊은 종교도시다.

현재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밑에서 당시 신학을 공부한 그는 1970년대 팔레비 왕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이슬람 혁명 2년 뒤인 1981년에는 수도 테헤란 인근 도시 카라즈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1985년 테헤란 검찰청 차장검사가 됐다.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에는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지명을 받아 반체제 인사 숙청을 이끌었다.

훗날 ‘죽음의 위원회’로 알려진 비공개 재판 판사로 참여했고, 당시 사형 선고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 무덤에 묻혔는데 이들 수가 약 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서방에서는 이란 사형제도를 지지하며 반체제 인사 숙청에 앞장선 그를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불렀다.

라이시는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녹색 운동’ 유혈 진압 또한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센터는 그에 대해 “국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감금하고 고문하고 제거하는 체제의 주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9년 “청소년 시절 저지른 범죄에 대한 사형 집행, 죄수 상대 고문 등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조치”를 한 이유로 라이시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관련기사 10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빈곤과 부패, 굴욕과 차별”을 뿌리 뽑겠다고 천명한 라이시는 당선 확정 후 “특히 민생 문제를 챙기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그의 당선에 대해 “위대한 승자는 이란 국민”이라며 “이란 국민은 적의 용병 역할을 하는 미디어의 프로파간다에 직면해 봉기했다”고 평가했다. 이란 대통령 임기는 4년으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2017년 연임에 성공한 현 로하니 대통령은 오는 8월 임기를 마친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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