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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50년 가구사업 퇴장…경영·소유권 대물림 끊고 공익사업 ‘새 출발’ [피플앤데이터]
뉴스종합| 2021-07-15 11:28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회사 매각을 통해 50년간 일궈온 가구·인테리어 사업에서 퇴장한다. 자산총액 1조2000억원의 거대 기업이자, 독보적 업계 1위 기업의 경영권은 물론 오너의 자리까지 내려놓으며 한국 경영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

한샘은 지난 14일 조 명예회장의 지분 15.45%와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한 30.21%를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관련 업계는 물론 경영계가 놀랄만한 M&A 소식이었다. 2년 전에도 매각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었지만, 당시와 비교해 최근 가구·인테리어 업계의 상황과 회사 실적은 천양지차다.

한샘은 지난해 연 매출 2조673억원, 영업이익 903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이후 3년만에 매출 2조원 대에 복귀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구·인테리어 수요에 호황을 맞으며 한샘의 업계 1위 자리는 더 공고해졌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서 몸값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시점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샘의 매각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유·경영권의 대물림을 끊는 조 명예회장의 결단 때문. 한샘은 지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해 오며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번 매각을 통해 오너의 자리를 내려놓고, 그동안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게 됐다.

한샘 측은 “조 명예회장이 회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회사의 가치를 계승·발전시킬 전략적 비전을 갖춘 투자자에 매각함으로써 한국의 증여·승계 문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 단계 진일보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드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조 명예회장은 이후 자신의 사재를 공익사업을 펼치는 데 활용한다. 특히, 창업 당시부터 품어왔던 국가인재 양성에 매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조 명예회장 이같은 철학은 한샘을 창업한 30대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 설립을 꿈꿨다고 한다.

조 명예회장은 2015년 3월 태재(泰齋)재단(옛 한샘드뷰연구재단)에 자신의 보유지분의 절반(11.04%)인 260만여주를 출연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총 166만주(5.52%)를 출연했고, 이번에 지분 매각을 통해 나머지를 기부하면 출연이 마무리된다. 매각 이후 추가 출연도 추진한다.

조 명예회장은 2015년 여시재를 출범시키면서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경험, 남북분단, 한국전쟁 등은 우리나라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이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은 주변의 강대국 사이에서 이들과 함께, 그리고 이들을 조정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므로 싱크탱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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