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팀장시각]1년도 남지 않은 정부의 너무 많은 약속
뉴스종합| 2021-07-15 11:28

지난해 7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주택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한 달 뒤 ‘8·4대책’으로 불리는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는다. 태릉골프장에 1만가구, 정부과천청사 일대에 4000가구 등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정부는 LH 서울지역본부 200가구, 흑석 유수지 부지 200가구 등 소규모 공공기관 유휴부지 17곳까지 싹싹 긁어 모두 13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어느 새 1년이 흘렀다. 마침 지난 13일 국토부는 ‘정부는 8·4대책상의 주택 공급에 차질 없도록 착실히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8·4대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내놓은 것이다.

국토부는 사실 이런 식의 해명자료를 여러 번 발표했다. 공급 대상 지역주민과 제대로 된 협의 절차 없이 공급지역을 지정하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곳곳에서 마찰이 생겼다. 정부의 해명은 비슷했다. “개발 구상안을 마련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해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8·4대책에서 계획한 공급지역 지구 지정은 아직 한 곳도 되지 않았고, 사업은 여전히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소리다.

정부는 지난 5월 31일에도 ‘8·4대책 등 주택 공급계획은 차질없이 추진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데 이 자료가 민망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일주일 남짓 지난 6월 7일 여당과 정부는 4000가구나 되는 과천청사 부지 공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자체와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공급 규모가 가장 큰 태릉골프장 공급계획도 사실상 대폭 축소 내지 변경이 불가피한 상태로 보인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방송에 출연해 “(태릉골프장에 짓기로 예정된) 공급 규모를 줄이되, 대체 부지를 찾는 방안을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이미 200가구 규모의 작은 땅까지 샅샅이 훑어 ‘발굴’하듯 부지를 마련했다. 정말로 1만가구 공급을 대체할 부지가 서울에 남아 있어서 저렇게 해명한 걸까. 문 대통령이 ‘발굴’까지 하라고 지시했을 때는 왜 찾지 못했을까.

문 정부 최대 도심 공급책인 2·4대책도 내놓은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32만3000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공급물량만 61만6000가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계획인데, 아직 단 한 곳의 1차 개발 대상지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후속 법안 처리는 안 되고 있다. 역시 개발 대상지의 주민과 지자체 동의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는데, 주민 대부분은 공공개발을 원하지 않는다.

‘심리적 기대를 객관적 사실로 착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용적률 등 혜택을 좀 주면 너도나도 공공개발에 참여할 것이라는 착각으로 마련한 공급계획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도 1년도 임기가 남지 않은 정부에서 여전히 실력 이상의 것을 너무 많이 약속하고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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