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포럼]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한 마리 토끼라도 잘 잡아야
뉴스종합| 2021-07-19 11:23

정부가 지난해 1월과 4월 발표한 서울 영등포와 대전역 주변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이 한참 진행 중이다. 쪽방촌 일대 노후 환경을 정비하고,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 임대와 신혼부부 행복주택, 민간분양 등을 통해 신규 주택을 각각 1200호, 1400호 공급할 계획이다. 수용 방식이지만 쪽방 주민의 주거복지와 재정착을 우선해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정부 방침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과연 ‘주거복지’ ‘도시환경 정비’ ‘도심 주택공급’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잘 잡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예견된다. 우선 몇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와 제도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는 쪽방주민 재정착 방안의 현실성이다. 검토해야 할 부분은 공동주택 관리비 부담이다. 주거급여 대상인 쪽방 주민은 별도 관리비 없이 주거급여로 20여만원 이상의 비싼 월세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할 경우 매월 공동주택관리비를 납부해야 한다. 관리비는 주거급여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령의 기초생활수급자들은 별도의 지원이 없다면 체납할 가능성이 크다. 관리비 체납 문제는 거주자의 주거불안과 LH의 경영손실로 이어져 사전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다양한 원주민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주거안정, 생활대책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불 능력이 부족한 가옥주는 분양주택 대신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선택 기회를 확대·제공할 필요가 있다. 보증금 반환 등으로 분양대금 조달이 힘겹고, 분양권 매각 시 양도세 납부 후에는 근처에서 변변한 전셋집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작고 불편해도 내 집에서 마음 편히 살다가 지금보다 못한 거처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면 사업을 반대하며 갈등관계가 장기화되기 쉽다. 원주민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공공주택 수요 조사, 현실적인 주거안정, 생활대책 등을 충분히 검토해 사업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는 유사 정부 정책들과의 논리적 일관성과 형평성 측면이다. 2·4대책으로 도입한 공공직접 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복합개발사업 등은 도심 주택 공급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자산 양도 시 우선 공급권을 주고 양도세·취득세 등은 비과세할 방침이다. 그런데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양도 자산과 분양권 등에 양도세가 적용된다. 세금 납부 후 재정착비용은 더 줄어드니 사업을 반길 수 없는 노릇이다. 일부 주민이 이미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보상금과 세금액 추산 정도에 따라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사업지구 해제를 위한 세부 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 기존 정비사업은 물론 지난해 5·6대책, 2·4대책으로 도입된 공공재개발, 공공직접 시행 정비사업도 일정 단계에서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면적 2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하면 지구를 해제하게 된다. 공공주택사업은 공공주택사업자가 ‘계속 추진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지구를 해제할 수 있다는 근거만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국민의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강행할 수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주민의 일상이 채워진 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면 공공개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리적 합의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한 출구 방안도 살펴야 할 것이다.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누구’를 위한 주택공급과 도시정비를 위해 ‘누구’를 쫓아내는가”라는 문제제기에 대한 합리적 타당성, 더 열악한 삶으로 내쳐지지 않을 기본권리의 보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쟁점들을 포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유 목적 법률로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부 경우에 한정해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할 수 있게 그 근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주진 LH 토지주택연구원 도시재생연구실 연구위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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