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마약 경제’에 빠져버린 시리아
뉴스종합| 2021-07-25 07:08
[쿠웨이트 타임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10년간 이어진 내전과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로 국가 경제가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인 시리아가 사실상 ‘마약 수출’에 의존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일명 ‘이슬람국가(IS) 마약’으로 불리는 ‘캡타곤(Captagon)’이 바로 그것이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시리아를 가리켜 “캡타곤 생산·판매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캡타곤 판매로 번 돈, ‘독재’ 알아사드 정권 주머니로

암페타민 계열의 합성 자극제인 페네틸린의 브랜드 이름인 ‘캡타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기면증 치료에 사용됐지만, 1980년대에는 강한 중독성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금지됐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아랍 국가들에서 부유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마약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발기부전제인 ‘비아그라’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고, 밤새 졸리지 않고 파티를 즐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COAR]

이코노미스트는 캡타곤이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의 주요 수출품이자 자금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지중해 국가 키프로스에 본부를 둔 컨설팅기관 ‘COAR’는 키프로스 당국이 지난해 34억달러(약 3조9090억원) 이상의 시리아산(産) 마약을 압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시리아의 최대 합법적 수출품인 올리브유가 기록한 연간 수출액 1억2200만달러(약 1403억원)의 약 28배에 이르는 규모다.

COAR의 이안 라슨은 “캡타곤 판매를 통해 만들어진 자금은 시리아 중앙 정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시리아産 마약

시리아는 내전과 경제 제재, 정권 내 부패로 공식 경제가 위축되기 시작한 2013년쯤부터 캡타곤 수출을 시작했다.

[COAR]

시리아 주요 도시 알레포와 홈스에 위치한 화학 공장은 캡타곤 생산 공장으로 빠른 속도로 전환됐다.

시리아에서 생산된 캡타곤은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에서 약 50배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밀수업자들은 펄프, 선박 바닥, 석류 등에 숨겨 캡타곤을 판매 국가로 싣고 가고 있다”며 “사우디 왕가에선 자신의 전용기를 이용해 캡타곤을 나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시리아의 캡타곤 수출 규모는 최근 전 세계 각국 경찰이 밀수를 적발한 규모를 보고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경찰은 살레르노 항구의 컨테이너에서 약 10억유로(1조3563억원) 상당의 8400여만정의 캡타곤 알약을 압수했다.

[COAR]

지난 3월에는 말레이시아 관세청이 셀랑고르주 클랑항에서 3개 컨테이너에 숨겨진 캡타곤 알약 9480만개를 압수하기도 했다. 값어치는 약 52억링깃(약 1조4145억원)에 달한다.

중앙정부부터 반군·군벌까지 마약 경제에 의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은 캡타곤 생산·수출에 자신들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親) 정권 성향의 경제학자 샤디 알 아흐마드는 “알아사드 정권을 비난하기 위한 선전”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알아사드 정권은 각 지역 군벌들에게 마약 밀수 감독권을 주고, 이들로부터 마약 판매에서 발생한 금전적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정권의 한 내부 관계자는 “(마약 거래와 이로 인한 금전적 이익을 얻는 구조를) 더이상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정부가 캡타곤을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에 대항하는 무기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PA]

시리아 감시단으로 활동 중인 말리크 알 압데는 “알아사드 정권이 자신들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는 국가들을 향해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을 마약으로 파괴할 것이라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아사드 정권뿐만 아니라 시리아 곳곳에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정파들도 마약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더 큰 문제다.

터키와 이라크로 통하는 북동부 국경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물론, 북부 시리아에서 터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수니파 반군들도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리아 남부의 한 부족장은 “모든 민병대들이 마약을 밀수해 수입을 얻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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