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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봄’ 권은빈 “사랑이 이뤄져야만 성장은 아니다. 열린 결말이 더 좋았다”
엔터테인먼트| 2021-07-24 14:15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20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청춘들의 계속되는 도전을 그려내는 아름다운 결말로 훈훈한 감동을 남겼다. 청춘들은 각자 아픔을 겪으면서 한뼘 정도 성장했다.

‘멀푸봄’은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청춘들의 일상을 잔잔한 톤으로 잘 그려냈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대학생들의 연애와 팀플레이(팀플) 과제 수행, 가족간 소통 등 청춘들이 경험할만할 내용들을 두루 다뤘음에도 깊이가 부족해 성장의 의미가 반감됐다. 대학생들의 연애가 중고교생 연애 같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풋풋했다. 연기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합격점을 받은 배우들도 있었다. 걸그룹 CLC(씨엘씨)의 막내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권은빈도 그런 경우다.

‘멀푸봄’에서 ‘왕영란’을 맡아 원작의 캐릭터와 괴리감 없는 비주얼과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드라마다. 오랫동안 또래랑 함께 하고 단체로 예쁜 펜션으로 촬영도 다닐 수 있어 좋았다. 더구나 좋아하는 캐릭터로.”

극 중 권은빈이 맡은 왕영란은 명일대 체육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카리스마 넘치고 쾌활한 성격의 캐릭터다. 남자를 제압해버릴 정도로 싸움 실력도 갖췄다. 영란은 겉으로 보면 쿨하고 명랑해 보이지만 극 중 오랜 친구 남수현(배인혁 분)을 짝사랑하는 역이다. 권은빈은 강단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부터 사랑 앞에서는 연약해지는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 연기를 소화하며 20대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따뜻한 봄과 어두운 봄을 다 경험했다. 내가 왜 먼저 남수현을 좋아해놓고 오랜기간 짝사랑만 했을까? 남수현이 날 먼저 좋아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친구를 잃을지도 모르는 불안감도 있었다. 수현의 속도에 맞춰 다가가느라 힘들었다.”

특히 남수현(배인혁 분)과의 애정 관계에서는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할 만큼 큰 존재감을 발휘했다. 권은빈은 사랑과 우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왕영란’의 감정선을 통해 극 후반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마지막화에서는 오랜 시간 눌러 왔던 배인혁을 향한 마음을 덤덤하게 고백하며 ‘왕영란’다운 결말을 통해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영란은 숨겨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성장했다.

“사랑이 이뤄져야만 성장하는 건 아니어서 열린 결말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남수현과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영란이 속마음을 표현했기에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실제로 저는 친구를 좋아한 경험은 없다. 친구는 친구다.”

권은빈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박지훈(여준 역)의 ‘봄은 소문으로만 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겨울이니까’를 들었다. 청춘의 어두운 면모를 충분히 이해하는 듯했다.

“‘멀푸봄’의 연애 스타일이 대학생보다는 조금 어린 중고등학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 대학생들은 좀 더 조숙할텐데”라는 반응에 대해서는 “대학교 1학년은 고3보다 한 살 많은데, 많은 차이가 있지는 않을듯 하다. 제가 대학생 경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통금이 늦어지고, 운전도 할 수 있지만 20살은 여전히 서투르다. 고교생과 별로 다를 건 없다. 내가 대학생이라면 술을 많이 마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간다면 심리학과로 가고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연기자에게 도움되기 때문인 것 같다.

“연기가 쉽지 않다. 친구에게도 물어본다. 다양한 사람에게 물어보는게 도움이 많이 됐다. 연기라는 게 한 사람을 이해하는 거니까. 어디에도 어울리는 다채로운 배우가 되고쉽다.”

권은빈은 연기에 대해 꽤 진지했다. 음악보다는 연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듯했다. 그에게 “‘멀푸봄’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라고 물었더니 “흔들려도 괜찮다. 더 나아가는 과정이고 더 잘 될 것이다”고 말했다.

권은빈은 첫 연기 도전에 나섰던 MBC 드라마 ‘배드파파’에서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촉망받는 연습생 역할을, TV 조선 ‘어쩌다 가족’에서 실어증을 극복하며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KBS2 ‘오월의 청춘’에서는 백치미가 돋보이는 극 중 이도현의 전여자친구로 특별출연하며 분량에 개의치 않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멀푸봄’까지 다양한 인물을 ‘권은빈 답게’ 소화하며 대체 불가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싹배우 권은빈의 봄은 시작됐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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