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양궁] 40년 세계정상 유지 비결 ‘잔인할 만큼 공정한 선발과정’
엔터테인먼트| 2021-07-24 18:00
'지옥의 관문'을 뚫고 도쿄행 비행기에 오른 양궁 국가대표들. 왼쪽부터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 장민희, 강채영, 안산.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올림픽 메달도, 무수한 국제대회 입상경력도 휴지조각이다. 무조건 기나긴 선발과정에서 가장 잘 쏘고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단다.

조금 과장을 보태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한 시스템’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대한양궁협회의 대표선발방식을 언급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탁구 세계최강이라는 중국도 키가 작다고 안뽑거나, 특정한 상대에 강하다는 이유로 고의패배를 지시하기도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양궁 국가대표 막내인 김제덕(왼쪽)과 안산이 24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한국양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선발전에 나설 때는 어떠한 가산점이나 우월적 지위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때문에 올림픽 2관왕이 다음 올림픽에 출전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초창기에는 이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분명 있었다. '검증된 선수'가 다른 선수와 똑같은 시험대에 올라야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고심 끝에 모든 선수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원칙을 택한 양궁협회는 수십년 동안 이를 잔인할 만큼 지켜왔고, 이는 어떤 선수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기본 철학이 되었다.

이 때문에 대표선수가 누가 될지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뽑히기만 하면 그 선수는 누가 됐든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것이 한국양궁의 힘이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거쳐온 과정이 올림픽 메달 따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기 때문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태극궁사들의 '음지의 총감독'으로 불리며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 연합뉴스

24일 한국을 대표해 혼성단체전에 나선 김제덕(17)과 안산(20)도 이런 양궁협회의 원칙이 있었기에 출전자격을 얻었다. 쟁쟁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양궁대표팀은 '개인 랭킹라운드 성적 남녀 1위가 혼성단체전에 나간다'는 방침을 이미 선수단에 고지했고, 막내들이 남녀 1위를 차지했다. 어떤한 이견도 없이 이들이 출전을 했으며 보란 듯이 금메달을 따냈다.

매번 큰 대회를 앞두면, 해당 경기장 컨디션을 반영한 훈련장을 마련해 적응훈련을 하고, 첨단 장비를 활용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유지해주는 것 역시 양궁협회가 수많은 금메달을 만들어낸 힘이다.

툭하면 선수선발을 둘러싼 잡음이 일어나는 일부 경기단체를 보면 양궁협회와 선수들이 지켜가는 원칙의 힘을 배우라고 쓴소리를 하고 싶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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