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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2.5조 연타석 ‘역대급 베팅’…글로벌 소셜 카지노 게임사 품었다 [피플앤데이터]
뉴스종합| 2021-08-03 11:27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렌털업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돌연 게임사 넷마블이 등장했다. 최종 인수 금액은 1조7000억원에 달했다. 국내 대표 게임사가 게임과 무관한 이종산업에 진출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만큼, 대형 게임사들로선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는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눈치만 볼 때, 넷마블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코웨이는 자체적으로도 매년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기업이고, 이로써 넷마블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승부사 기질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방 의장이 이번에는 게임 본업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넷마블은 글로벌 소셜카지노 업계 3위 업체인 ‘스핀엑스’를 2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넷마블 총자산(8조2234억원)의 30%를 넘어서고, 넷마블의 지난 한해 매출(2조4848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단연 국내 게임업계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스핀엑스는 지난 2014년 홍콩에 설립된 소셜카지노 게임사다. 소셜카지노는 카지노 내 슬롯머신, 바카라, 블랙잭 등을 온라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게임 방식이 단순해 해외에선 남녀가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 게임으로 인식된다. 스핀엑스는 이 분애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누적 32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한 규모다.

넷마블이 소셜카지노 게임사에 눈독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6년 소셜카지노 업계 1위인 ‘플레이티카’ 인수를 시도한 바 있는데, 인수전에서 4조원 넘는 인수금액을 써냈음에도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계 경쟁사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이번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를 두고 업계에서 “방준혁 의장의 한이 5년 만에 풀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넷마블은 스핀엑스 인수를 통해 서구권 시장을 공략할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됐다. 넷마블의 주력 장르인 RPG 장르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RPG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대신 소셜카지노 게임이 앱 마켓 매출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데, 넷마블은 앞으로 이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넷마블은 서구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공격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미국 모바일 게임사 카밤을 약 85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카밤 인수는 당시 국내 게임사의 해외 개발사 M&A 중 최대 규모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넷마블 미국법인이 주도한 첫 프로젝트인 모바일 퍼즐게임 ‘NBA 볼 스타즈’를 선보였고, 서구권에서 인기가 높은 마블 지식재산권(IP) 기반의 ‘마블 퓨처 레볼루션’은 이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넷마블은 매출의 약 절반을 미국, 유럽에서 거뒀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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