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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상자산서 미리 돈 다 빼시라”…카카오 투자한 업비트, 사실상 완전독점
뉴스종합| 2021-09-03 10:51
3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 전광판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등록 안내가 나오고 있다. 박자연 기자

[헤럴드경제=박자연·홍승희 기자] 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위 전광판에는 “9월 25일부터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는 영업을 폐업해야하니 불안한 경우 일단 출금하고 신고수리 후 이용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올라왔다. 금융위원회는 홈페이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홍보채널을 통해 “이용 중인 거래업자가 신고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안한 경우에는 일단 금전과 가상자산을 인출하고 지켜보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 유의사항을 공지하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기한을 앞두고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미리 투자금을 인출하라며 권유하고 있다. 거래소와 금융 당국은 신고기간 이후에도 투자자들이 무사히 출금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입금이 막히면 가상자산의 현금화가 어려워 사실상 출금도 불가능하다. 폐업 예정 거래소들에서만 거래되는 코인들이 휴지조각이 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신고를 마친 유일한 거래소 업비트의 독점 우려도 이어진다.

코인원, 빗썸에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있는 농협은행도 홈페이지에 이와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은행은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고객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상황을 확인하라”며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했음에도 수리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는 더 이상 영업할 수 없고 이 경우 자금회수 지연 등 거래 고객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아직까지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들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이미 코인을 현금화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정 가상자산의 경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못하거나 사업자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다른 거래소에 상장돼있지 않으면 가상자산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낸스의 ‘바이낸스코인(BNB)’, 후오비의 ‘후오비 토큰’, 오케이이엑스의 ‘오케이비’ 같은 거래소 시그니처 코인이 일례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크레딧코인(CTC)’ 거래가 고팍스에서만 가능하다. 보유한 가상자산이 상장된 거래소가 영업이 어렵다면, 자산의 현금화도 어렵게 된다.

거래소들은 금융감독원의 공지에 따라 지난 달말까지 특금법 시행 이후 VASP로 등록되지 않을 시 폐업 대책을 일괄적으로 제출했다. 일부 거래소들은 “영업 종료 7일 전 거래소 부분·전체 종료에 대해 공지할 것, 최소 30일 이상 투자자들의 출금을 지원할 것” 등의 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비트의 독점체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접수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업비트가 유일하다. 기존에 은행의 실명계좌를 발급받았던 거래소들도 신고 여부가 불투명하다. 빗썸과 코인원은 농협은행으로부터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신규 코인 입출금 금지까지 요구도 받고 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업비트가 80%를 넘게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거래소들이 빨리 은행 계좌를 얻지 못하면 특금법 시행이 다가올수록 독점 구조는 더 굳어질 것”이라고 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는 카카오가 투자전문 계열회사 카카오벤처스를 통해 42억원의 초기 지분 투자를 했다. 카카오도 2015년 33억원 규모의 투자를 더했다. 카카오와 카카오벤처스, 그리고 카카오 청년창업투자조합 등을 포함하면 상반기 기준 업비트에 대한 카카오 관계사의 지분율은 19%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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