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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으로 돌아간 소액 주주들의 반란…반백년 사조그룹에 무슨 일이?[언박싱]
뉴스종합| 2021-09-14 14:57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창동 롯데손해보험빌딩 강당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조산업 관계자가 소액주주연대 등과 검표 과정상 문제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전횡에 반기를 들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연기금은 물론, 외국인 주주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나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주 회장의 편법 경영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사조산업은 14일 오전 11시 50분께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빌딩 강당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감사위원회 구성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참석 지분의 74.66%(306만5226)의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고 밝혔다. 변경 정관에는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은 전원 사외이사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 선임하고자 했던 안건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앞서 소액주주연대는 ▷이사 주진우 및 감사위원 해임 ▷분리선출 감사위원 1인 선임 및 주주제안 사외이사 선임 ▷주식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20만주 취득 등의 안건을 상정하며 표대결을 펼쳤다.

소액주주 측 인사를 이사회에 입성시켜 오너 일가를 감시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주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을 비롯해 기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3명의 해임 안건도 함께 제안했다.

이에 주 회장 측은 정관 변경을 제안해 맞불을 놓았다. 변경 정관에는 ‘감사위는 3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은 전원 사외이사로 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 소액주주측 인사가 기타 비상무이사가 감사위원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의결권 중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총 결과 주 회장은 전체 410만5510표 중 306만5226표의 지지를 얻어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외국인 주주측이 주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데다 소액주주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연기금이 주총 참여를 포기하면서 주 회장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이처럼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선 것은 주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캐슬렉스제주는 주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지분 95%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자본잠식 상태인 캐슬렉스제주가 합병되면 오너 일가는 부실을 털지만, 소액주주들은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캐슬렉스제주 매각이 무산되긴 했지만,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의 전횡을 더이상 손놓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주주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임태기 사조그룹 경영관리실장은 “비율은 크지는 않지만 약 14만주 가량 확보하고 있는 외국인이 정관 변경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연기금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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