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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빅이벤트’ 국정감사… 대선에 묻히나[정치쫌!]
뉴스종합| 2021-09-20 10:01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집권 마지막해 국정감사는 야당의 ‘빅이벤트’다. 해당 정권의 집권 연차가 더해질수록 실정과 부패 또는 부실한 정책 추진 이력들이 쌓이고, 이를 매섭게 질타할 정부감시권을 야당을 포함한 국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국감은 내년 3월로 다가온 대선에 묻힐 판이다. ‘고발사주’ 의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국감장에 부르느냐 여부를 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송곳 검증 가능성을 키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법사위 증인석에?= 올해 국감 최대 이슈는 ‘고발사주’ 의혹의 당사자인 국민의힘의 유력 대통령 선거 후보이자 전 검찰총장인 윤석열 후보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증인으로 부르느냐 여부다.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직후 격앙됐던 더불어민주당 측은 윤 전 총장을 국회로 불러 증인 신문을 하겠다고 별렀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직접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가 부르면 언제든지 나가겠다’고 선언을 하자 스탠스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윤 전 총장이 ‘국회로 불러달라’고 한 것에 대해 “때가 되면 다 부를 테니 보채지 마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는 윤석열 후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윤 후보(윤석열)는 국회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표가 국회에 부르겠다고 언급한 것은 긴급현안질의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 또는 국감 증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국회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야당 대선후보에 대한 핍박’이란 반발이 불거질 수 있고, 국감장 마이크를 윤 전 총장이 쥐게되면서 되레 해명 기회를 더 많이 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대검찰청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감은 오는 10월 18일 예정돼 있는데 ‘5일전 통보’ 원칙에 비춰보면 늦어도 10월 13일 이전에 윤 전 총장에게 출석 요구를 확정해 전달해야 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기는 했지만, 해당 의혹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날 TV조선은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의혹 보도 3주 전인 지난달 11일 서울 롯데호텔 식당에서 조 씨가 박 원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 당시 박 의원과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정보위 증인석에?=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등 야당 측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사실상 제보를 사주한 것 아니냐는 반박을 내놓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장을 부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번 국감에서도 박 원장의 국회 출석은 예정돼 있다. 관건은 정보위의 경우 다른 상임위와는 달리 회의 장면 비공개가 원칙이란 점이다. 이 때문에 박 원장을 국회로 부르더라도 카메라나 기자 입회, 또는 영상 송출이 불가능하다. 이슈를 외부로 알려야 국민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정보위 회의 개최 원칙 상 이같은 여론전이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여야 합의로 특위를 구성해 박 원장을 국회 회의에 참석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는 사안이라 확정 짓지는 못하고 있다. 박 원장의 국회 출석과 영상 송출이 가능해질 경우 국감 최대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고발사주’와 ‘제보사주’라는 여야의 두 프레임이 충돌하는 현장이 박 원장의 국회 출석 장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윤 전 총장)는 검찰총장 하면서 검찰청 내부 사람하고만 밥을 먹었냐. 저하고도 술 많이 마셨다”며 “저는 윤 전 총장과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 번도 나쁘게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니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느냐”고 했다. 박 원장은 “내가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도 말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박 원장의 해명이 불충분했을뿐더러 협박성 발언까지 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 후보자와 과거 인연을 언급하면서 후보자에게 협박성 입막음을 하려는 것을 보면서, 저는 그 부분이 조성은 씨와의 만남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정치개입의 지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비판 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광주·전남·전북 특별메시지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의뢰’ 이재명… 국감 증인으로= ‘대장동 의혹’ 사건을 두고 직접 나서서 수사 의뢰를 요청한 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국감장을 달굴 뜨거운 인물이다. 이 지사는 경기지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여해야 하는 당연직 기관증인이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SNS에 ‘대장동 수사를 공개의뢰합니다’는 제하의 글을 올리고 “제기되고 있는 모든 왜곡과 조작을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수사해달라. 모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주장했다.

관건은 국민의힘 측이 행안위 국감 외에도 타 상임위 국감에서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며 벼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도 이 지사에 대한 국감 증인 신청을 요청했으나 민주당 측이 이를 저지하며 무력화 된 상태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비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증인으로 이재명 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를 신청했지만 민주당이 한 명도 못 받는다며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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