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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세론’이냐, 이낙연 ‘결기’냐…호남 추석밥상 ‘대충돌’ [정치쫌!]
뉴스종합| 2021-09-19 06:31

지난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왼쪽), 이재명 후보가 인사를 나눈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최대 승부처 호남 경선을 1주일 앞두고 이재명-이낙연 후보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 지역 민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추석 연휴 명절 밥상에 주 화제로 오르면서 호남 표심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명 ‘대세론’ VS 이낙연 ‘결기’ = 앞선 4번의 지역순회 경선과 1차 슈퍼위크까지 5연속 과반 승리를 거둔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과,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이재명 후보 과반을 저지하려는 이낙연 후보의 ‘결기’가 대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초반 승기를 잡은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 조기에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각오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 이재명 후보 대선캠프는 광주로 총출동했다. 약 40명의 소속 의원들이 이 후보의 광주·전남·전북 특별메시지 발표 자리에 섰다. 이들은 회견장에서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경선이 끝나는 즉시 용광로 선대위로 신속하고 단단하게 뭉쳐서 오직 정권 재창출 한 길로 우리가 매진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압도적인 경선 승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부독재를 끝장내고 민주정권을 만들어 냈던 호남의 힘과 결단으로, 적폐 기득권과의 마지막 대회전을 승리로 이끌어달라”며 호남 민심에 호소했다. 이낙연 후보가 “호남 민심이 우호적 바뀌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데 대해서는 “일꾼으로 뽑아달라는 입장에서 주권자의 마음을 넘겨 짚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자신의 고향(전남 영광)에서 정치적 운명을 건 이낙연 후보도 총력전으로 맞서고 있다.

호남 경선을 앞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장차관 출신 35명의 캠프 합류를 알렸고,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김종민·신종근 의원도 자신의 지지 선언을 하고 캠프에 합류했다. 이낙연 후보는 추석 연휴 중 3박 4일간 호남에서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그는 “호남은 대통령을 배출할 수 없다는 잘못된 편견을 깨달라”며 “광주·전남북이 저에게 전폭적 지지를 해주신다면 저는 부울경에서도 큰 지지를 받아 오겠다”고 호소했다. 특히 정권 교체 여론이 아직 높은 가운데 윤석열, 홍준표 후보의 1위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야권 경선 대비, 이재명 후보 독주 구도로만 마무리된다면 향후 본선에도 좋지 않다면서 결선 투표라는 ‘드라마’를 써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이낙연 ‘의원직 사퇴 효과’ 촉각 = 의원직을 사퇴하며 돌아갈 다리를 끊은 이낙연 후보는 자신의 결기를 한껏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광주에서 “저는 이제 국회의원이 아니다. 저의 모든 것을 비우고 그 대신에 정권 재창출의 절실함으로 저를 가득 채웠다”며 “저의 진정성을 받아달라. 광주가 저에게 지지를 보내주지 않으시면 제 역할은 여기서 끝난다”고 했다.

호남마저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으면 자신의 정치 인생은 바로 끝난다는 절박한 읍소다.

이재명 후보는 견제에 나섰다. 그는 “호남 국민들은 특정인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개인적 인연 등을 떠나 이 나라가 과연 어디로 가야할지, 호남은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을지, 내 삶은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을지를 보고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아닌 누군가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나와 우리 공동체의 운명에 대한 결정을 함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기대한다”고도 했다. 결코 이낙연 후보를 향한 ‘동정론’에 휩쓸리지 말아 달라는 견제 메시지다.

과연 의원직 사퇴 승부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어느 대선 캠프에도 몸담고 있지 않고 중립지대를 지키고 있는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선출직으로 뽑아줬는데 중도에 사퇴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좋게 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호남은 다르다. 호남은 ‘이낙연이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동정 여론의 효과가 분명히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호남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정세균 전 총리 표심 공략 경쟁도 = 중도 사퇴한 호남(전북 진안) 출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 마음을 얻기 위한 이재명-이낙연 후보의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지난 15일 전북지역 의원 간담회에서 “정 전 총리는 놀라운 균형감각을 갖고 계시고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가장 잘 갖추어진 정치 지도자”라며 “정 총리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꿈을 제가 이어받아서 이루도록 부족한 힘이지만 모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 전 총리가 사퇴 후 자신과의 통화에서 “우리 마음 서로 알지 않느냐”고 언급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를 지지하던 청년 및 당원들 상당수가 이 후보 지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의회에서 ‘정세균 광주전남 우정포럼’ 소속 청년네트워크 ‘희망2040’ 청년 431명과 권리당원 2500명이 이낙연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이재명 후보도 연일 정 전 총리를 띄우며 공개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정 전 총리에 대해 “민주당의 기둥이시고 저에게는 존경하는 정치 선배님”이라며 “개인적으로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신 분이고 지금의 정치인 이재명이 있게 해주신 분이신데 경쟁하는 것조차 죄송하고 부담스러웠다. 정세균 후보님께서 가지고 있던 가치와 이념, 지향을 이어받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정 전 총리를 지지하던 표심 흡수와는 별개로, 그의 사퇴로 인한 무효표가 전체 유효투표 수 모수에서 빠지면서 아슬아슬했던 과반 득표율에 소폭 여유를 얻었다. 민주당 선관위 판단으로 정 전 총리 사퇴가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 결선 직행 가능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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