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학생한텐 콘돔 안 팔아”…외면받는 청소년 성문제[촉!]
뉴스종합| 2021-09-27 10:30
사진=123rf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 “너 이게 무슨 물건인지 알고 사려는거니?” 편의점 점주 A씨는 최근 청소년이 콘돔을 사려하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는 해당 청소년에게 콘돔이 뭔지 아느냐 물었고, 피임용품이란 대답에 머리가 멍해졌다고 했다. A씨는 더 이상은 말리지 못했다며, 자신의 자식은 단도리를 잘 해야겠다고 했다.

#2. “저도 아이 엄마라, 그런걸 아이들이 산다고 하면 솔직히 말리고 싶네요” 27일 경기도 일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학생들이 콘돔을 사면 어떨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파는 것은 합법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최근에는 여고생인 자신의 딸에게 콘돔을 팔았다는 이유로 편의점 직원에게 화를 낸 여성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편의점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청소년들에게는 콘돔을 팔지 않는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부정적 시선에 청소년들은 콘돔을 살 때 눈치를 보거나 죄책감마저 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콘돔을 사기 어려운 학생들의 잘못된 피임은 사생아 문제나 영아 유기 등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온라인을 통해 콘돔을 구입하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 다음 등에서는 청소년이 콘돔을 검색하는 것조차 막아놨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콘돔을 성인용품으로 분류해 청소년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사회는 청소년들의 성을 억누르고 있지만, 그럴수록 청소년들은 음지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성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콘돔 대신 비닐랩, 비닐봉지 등으로 으로 피임을 했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냐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성관계 시작 연령은 점차 낮아져 2018년 평균 13.6세에 성관계를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피임 실천율은 51.8%로 절반 수준에만 머물러 있었다. 콘돔 공급 업체 이브콘돔의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 청소년 132명 중 42명(31.8%)이 “콘돔을 살 때 주변 시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올바른 성교육을 선행해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성문화 인식을 함양하고 임신 등 문제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게 콘돔 접근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며 “청소년들의 성경험을 막을 수 없다면 더 큰 위험이 발생하지 않고 이들이 안전한 성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보호하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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