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포럼] 용두사미된 공기업 개혁
뉴스종합| 2021-10-18 11:33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멈출 줄 모른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공기업의 행태는 올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때 드러난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잘 보여준다. 국민에게 약속한 ‘공기업 거듭나기’는 용두사미가 됐다.

공기업의 국민경제적 위상은 대단하다. LH, 한국마사회, 한국전력 등 대한민국의 대표선수가 즐비하다. 그러나 공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은 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347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545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조원 늘어났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3분의 1 토막이 났다.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16.8%에서 2020년 18.4%로 상승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한국 대형 공기업의 높은 부채는 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내년 정부 예산이 사상 최초로 600조원을 넘어서고 국가채무비율도 50%를 상회할 전망이다. 공기업 경영의 정상화는 재정건전성 확보와 포스트 코로나 경제 운용에 매우 시급한 과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공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을 넘어섰다. 2016~2020년 5년간 해당 공기업의 인건비도 2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이나 정부 지원지표는 나빠지는 가운데 인건비만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마사회는 ‘신의 직장’ 소리를 듣던 공기업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결과 정직원이 2000명 늘어난 반면 코로나19로 마권 수입은 격감해 일어난 인재(人災)다. 적자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인사 난맥상이 점입가경이다. 올해 임명된 공기업 임원의 13.6%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 민주당)’ 출신이라고 한다. 23개 공기업이 34개 자회사를 설립해 50개가 넘는 임원직을 신설, 낙하산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낙하산 인사와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자회사가 캠코더·낙하산 인사의 창구역을 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자회사가 경영 부실과 비효율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따라 정비 방안이 마련됐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사상가 한비자는 임인유현(任人唯賢)을 강조했다. ‘현명한 사람에게 자리를 맡긴다’는 인사 원칙이다. 그러나 공기업에서는 임인유친(任人唯親), 즉 ‘친분 있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 왜곡된 인사가 판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화’ 원칙이 무분별한 증원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정원이 2016년 32만8000명에서 2020년 43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단행한 공기업의 경영 여건이 나빠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마사회는 2000억원 은행대출을 신청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도 비슷한 처지다.

경영 성과 부진에도 성과금 지급은 계속되고 있다. 석유공사, 코레일,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은 조 단위 적자를 기록했다. 많은 기관에서 경영 성과와 상관없이 ‘묻지 마 성과급 지급’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LH는 2019년 사상 최대 규모의 사내복지기금을 출연했다. 임직원 성과급이 평균 40% 늘어났다.

‘방만경영·도덕적 해이·철밥통 정서’를 공기업의 3대 중증이라고 한다. 주인의식 결여·경영 성과와 무관한 퍼주기 관행·개혁 무풍지대에서 안주하는 종사자의 자세가 혁신되지 않는 한 공기업의 부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애민절용(愛民節用)’의 마음가짐이 시급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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