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K-우주개발’ 희망 쏘아올린 누리호
뉴스종합| 2021-10-22 11:52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1일 힘차게 우주로 날아올랐으나 위성을 대신한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발사체의 비행 능력은 입증했지만 위성을 원하는 곳에 수송하는 마지막 단추를 끼우지 못한 것이다. 위성 모사체는 일단 목표 궤도인 700㎞에는 도달했지만 마지막 3단 엔진 연소가 계획보다 46초 빨리 끝나는 바람에 모사체를 제대로 밀어주지 못했다. ‘미완의 성공’이란 말이 적절한 이유다. 세계적으로도 첫 발사 성공률은 27%에 불과하다. 이번에 46초의 벽을 넘지 못해 완벽한 성공을 이루지 못했지만 내년 5월 2차 발사 때는 이 장벽을 뛰어넘어 ‘우주개발 시대’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2010년 개발에 착수해 1조9572억원을 투입, 11년 이상의 노력으로 쏘아올린 누리호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75t급과 7t급 액체엔진의 터보펌프, 연소기 등 주요 구성품과 약 37만개의 부품을 우리 손으로 개발해야 했다. 75t급 엔진 4기를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누리호 1단 클러스터링, 지름이 3.5m에 달하지만 두께는 2~3㎜에 불과한 추진제 탱크 등 개발 과정상의 난제와 큰 산을 하나씩 극복하고 마침내 하늘문을 연 것이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궤도에 올릴 수 있는 3단 발사체다. 중량 1t 이상 위성을 발사하는 국가는 현재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 여섯 나라밖에 없다. 이번에 간발의 차이로 7대 우주강국 진입의 발판을 아쉽게 밟지 못했지만 발사체 기술 10개 중 9개의 퍼즐을 맞춰놓은 만큼 내년 5월 2차 발사와 2027년까지 이어지는 5차례의 실험을 통해 갈고 닦으면 우주시대를 향한 걸음이 더 빨라질 것이다.

우주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인식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우주개발에 미국은 480억달러, 유럽은 132억달러, 중국은 88억달러를 투자했다. 한국은 7억달러로, 미국의 1.5%, 중국의 8.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주사업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파생 효과를 고려하면 손놓고 있을 수 없다.

미래 먹거리 기술로 거론되는 완전자율주행차와 6세대(6G) 이동통신사업은 인공위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안보 차원에서도 독자적인 위성 체계 개발이 이뤄져야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 중인 위성 감시 주권을 세울 수 있다. 미국 나사(NASA)가 수십년간 쌓은 기술을 개방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낳았듯이 정부의 중장기적 투자와 기업의 창의성이 접목되는 우주개발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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