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일한의 住土피아] 주택 매수심리, 정말 꺾였을까
뉴스종합| 2021-10-25 12:31

최근 주택 매수심리가 꺾였다는 보도가 늘었다. 주택 수요가 줄었다는 게 근거다. KB국민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매수우위지수’가 대표적인 지표다.

KB국민은행의 이달(10월) ‘매수자 매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96.5로 전월(106.2) 보다 9.7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6월(98.9)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100 밑으로 빠졌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밑으로 하락한 건 의미가 크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회원 중개업소를 상대로 ‘매도자 많음’, ‘매수자 많음’ 중 선택하게 해 작성한다. 0~200 범위로 100 아래로 하락하면 주택 매물이 집을 사려는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이달부터 수도권엔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 졌다.

매수우위지수가 하락하면 집값은 곧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다. 주택 수요가 주니 매물이 쌓이고 집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정말 그럴까.

문재인 정부에서 매수우위지수가 가장 낮았던 때는 2019년 상반기다. 100 밑이 아니라 50 밑까지 곤두박질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서울 매수우위지수 흐름을 보면 2018년 9월 164.5에서 10월 86.0로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후 추가 하락세가 이어져 2019년 3월엔 37.9까지 내려앉았다.

2018년 10월 이후 매수우위지수가 급락한 건 그해 9월 정부가 발표한 ‘9·13대책’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올리고, 다주택자에겐 서울 등 주요지역에서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다주택자를 꽁꽁 묶는 정책이란 평가를 받았던 만큼 주택 수요는 빠르게 위축됐다.

문 정부 출범 직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2017년 7월 123.1을 기록했던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8월 82.0, 9월 69.5 등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문 정부가 출범 후 처음 내놓은 종합 부동산 대책인 ‘8·2대책’이 원인이었다.

사실 이런 패턴은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졌다. 최소 26번이나 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100이 이상에서 다시 100 밑으로 고꾸라지길 반복했다.

최근 수급지수가 하락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관리대책으로 인해 DSR(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과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기준이 강화되면서 실수요자 조차 집을 사기 위한 대출이 더 어려워졌다. 주택 수요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걸 ‘매수심리 위축’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할까?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진짜 매수심리가 악화됐을 수 있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실제 줄어든 거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떨까?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9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주택구입계획을 물었더니 ‘3개월 이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6.6%에 불과했다. 하지만 ‘12개월 이후’라고 답변한 사람은 77.4%나 됐다. 대부분이 당장 집을 살 계획은 없지만, 1년 정도 후엔 사고 싶다고 한다.

실제 중개업자들은 여전히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KB국민은행이 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10월 서울 ‘KB부동산매매전망지수’는 113으로 여전히 100 이상이다. 이 지표가 100 보다 높으면 향후 집값이 오른다고 답한 사람이 내린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급증하고 있고, 새 아파트 분양엔 수만명씩 인파가 몰린다. 최근 서울 경매시장에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평균 120%에 육박한다. 집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감정가보다 20%정도나 비싸게 낙찰받고 있다.

최근 주택 수요가 줄어든 건 정부 정책이라는 ‘외부요인’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억지로 눌렀기 때문에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을 뿐이라는 거다. 실제 문재인 정부 내내 수많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줄곧 상승했다. 억지로 누른 수요는 얼마 후 다시 더 크게 튀어 올랐다.

지금 주택 매수세가 줄어든 건 매수심리 위축이 아니라 ‘잠시 대기 상태’로 봐야 한다. 내년부턴 새 아파트 입주량이 크게 줄고, 전셋값 폭등이 예고되는 등 집값을 자극할 요인이 더 많아진다. 주택 매수심리는 꺾이지 않았다. 잠시 숨어 있을 뿐이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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