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바이든은 왜 1년만에 인기가 추락했나
뉴스종합| 2022-01-17 11:25

좌절했다(frustrated), 실망했다(disappointed), 불안하다(nervous).

오는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 미국인들이 느낀 주요 감정들이다. 취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인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단어들이다.

이 같은 실망감은 최저 수준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집권 1년 차 지지율로 곧장 표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훨씬 나을 것이라 예상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조차 ‘낙제점’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 인플레이션 심화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민심이 빠른 속도로 이반 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하나=미 CBS 방송이 지난 12~14일 미국 성인 2094명을 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1년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좌절’을 느꼈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50%를 차지했다. ‘실망’과 ‘불안’이란 답변도 전체 응답자의 49%, 40%에 이르렀다.

‘만족(satisfied)한다’, ‘차분하다(calm)’란 답변을 한 비율은 각각 25%에 불과했다. 좌절했다는 응답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4%로 지난해 여름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을 기점으로 같은 해 11월 저점을 찍은 뒤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의 집권 1년 차 지지율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37%)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 1313명 중 33%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대학 조사상 최저치다.

미 정치분석 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은 “1945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 이래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하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발목 잡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 문제 때문이다.

CBS 방송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물가 문제에 대해선 30%만이 그를 지지했다. 응답자의 58%는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 문제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65%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하고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미국이 기나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터널에서 곧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것은 미국인들의 기대감을 최고치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희망은 델타·오미크론 등 끝없이 변이하는 바이러스 앞에서 퇴색했다.

문제는 향후 경제 전망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11일 기업, 학계, 금융 분야 경제전문가 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로 지난해 10월 조사 전망치 4.2%에서 1.2%가량 내려갔다고 이날 보도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공급대란과 소비 지출 감소, 지난해 12월 40년 만에 최고인 7%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인 물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조사에 응답한 전문가의 절반 이상은 인플레이션 가속화의 주요 요인인 공급망 불안이 최소 올해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3분의 1 가량은 내년 또는 그 이상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화물운임이 극도로 오르고, 항만 잔고가 상당하며, 아시아의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미국 재고에 제약을 줄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상당기간 수요가 공급을 앞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응, 中·러·北·이란 외교 ‘가시밭길’=강점으로 꼽히던 코로나19 대응이 흔들리는 점은 바이든 대통령에겐 뼈아픈 지점이다. CBS 방송 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69%는 ‘관련 정보가 혼란스럽다’는 점, 61%는 ‘백신 의무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을 버리고 국제사회 리더십을 회복하는 등 동맹 복원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긴 했지만, 중·러 등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 채 갈등만 고조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불안요소다. 여기에 북한이 그동안 중단했던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며 도발을 감행하고, 임기 초반 금방 타결될 것처럼 자신했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동윤·한지숙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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