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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쿡 당했다” 나이키 한정판 ‘품절 대란’ 이유 있었네 [언박싱]
뉴스종합| 2022-02-15 10:07
나이키코리아 공식 판매 전에 사전 정보를 받았다며 인증한 게시글. 여기서 ‘쿡’은 리셀시장의 음지에서 나이키와 유착해 출시정보를 먼저 받는 리셀러를 의미한다. [네이버카페 캡처]

[헤럴드경제=이정아·신주희 기자] 나이키코리아가 공식 판매하기도 전에 일부 리셀러(재판매업자)에게 나이키 운동화를 선판매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 일부 리셀러와의 유착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올 정도다.

이미 리셀시장의 음지에는 나이키와 유착한 리셀러를 의미하는 ‘쿡’이라는 은어가 존재한다. 비밀리에 활동하는, 소위 ‘쿡방’에서는 수백만원의 회비를 받으면서 나이키 상품 출시정보를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태는 나이키코리아 정책상 규정 위반이다. 그러나 주식 뺨치는 ‘스니커테크’ 바람이 불면서 나이키가 리셀러들의 행태를 사실상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리셀시장에서 나이키 운동화의 가격경쟁을 심화시켜 상품의 희소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나이키 운동화는 ‘웃돈’을 얹어 비싼 가격에 되파는 리셀시장에서 최대 30배 이상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신발 한 켤레가 아니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부터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서 ‘나이키 에어 포스 1 LV8’ 상품 판매가 시작됐다. 그런데 해당 상품의 판매는 시작도 전에 사실상 품절 공지부터 떴다. 해당 상품이 공식적으로 판매가 되기 전에 소위 ‘쿡’ 사이에서 품절대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이키코리아 공식 판매 전에 백도어 링크를 받아 선결제했다며 인증한 게시글. 공식 발매 25분 전에 해당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카페 캡처]
나이키코리아는 사실상 품절 상태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나이키 공식몰 캡처]

실제로 해당 운동화가 공식 판매되기 25분 전인 오후 3시35분에 하이엔드패션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네이버카페에는 이날 오후 4시부터 판매가 됐어야 할 ‘나이키 에어 포스 1 LV8’ 상품 결제 페이지와 함께 구매 인증글이 게재됐다. 나이키코리아 정책에 따르면 나이키 자체 ‘SNKRS’ 페이지에 공지되지 않는 한 소비자는 나이키코리아에서 어떤 제품을 언제 발매하는지 절대 알 수가 없는데도 글쓴이는 “해당 결제정보를 먼저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3일 출시한 ‘나이키 조던 1 미드 컬리지 그레이’ 상품도 공식 판매와 동시에 품절 공지가 안내됐다. 공식 발매 전에는 어떤 상품이 판매될지 알 수 없지만 전날인 2일 ‘쿡하는 친구한테 정보를 받았다’라며 다음날 발매될 나이키 운동화인 ‘나이키 조던 1 미드 컬리지 그레이’ 이미지가 네이버카페에 게재됐다. 5분 만에 삭제된 해당 게시글에는 ‘오늘도 쿡 당했다’ ‘나이키 손절한다’ ‘또 장난질’ 등 댓글이 30여개 이상 달렸다.

15일 오전 10시 나이키 공식몰에서 판매와 동시에 품절 공지가 뜬 상품들. [나이키 공식몰 캡처]
이날 오전 10시 나이키 공식몰에서 판매된 상품으로, 공식 판매 20여분 전에 사전 정보를 캐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SNS 글. [SNS 캡처]

네이버카페에 사전 정보글이나 구매 인증글을 올린 사람은 음지에서 소위 ‘쿡’으로 불리는 리셀러다. 스니커즈 리셀시장에서 ‘쿡’은 스니커즈 관계자와 유착해 인기 품목의 사전 발매 소식을 빼내서 물건을 미리 사고 리셀시장에 해당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쿡은 나이키 관계자로부터 공식 판매 전에 해당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백도어(일명 뒷문) 링크를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나이키 서울 매장에서 만난 한 리셀업자도 “쿡방에 가입하려면 매달 최소 50만원에서 250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야 한다”면서 “돈을 많이 낼수록 나이키 측으로부터 신뢰성 높은 정보를 받는 방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돈이 있어도 쿡방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다”며 “나도 매월 200만원 회비를 내는 쿡방 가입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쿡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매달 수백만원을 벌 수 있다”며 “쿡방에 있는 지인은 한 달에 1000만원까지도 벌었다”고 덧붙였다.

리셀러들이 나이키 운동화의 상품 출시정보와 구매 백도어 링크를 얻기 위해 수백만원 수준의 회비를 지불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수량이 정해진 한정판 운동화시장에서 중요한 건 출시가격이 아니라 시세다. 해당 운동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가격은 오른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의 가격인상과 맞물려 중고 한정판 나이키 신발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정가 18만9000원에 판매된 ‘나이키 조던 1 x 트래비스 스캇 x 프라그먼트 레트로 로우’ 상품은 이날 기준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29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229만원에 판매된 제품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나이키코리아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dsun@heraldcorp.com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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