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TSMC도 RE100 가입했는데…풍력발전 속도내는 국내기업은?
뉴스종합| 2022-06-26 11:26
해상풍력 발전단지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풍력발전은 대규모로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안정적으로 대량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어 매우 실용적이면서 유용한 대안이다. 다만 향후 20~30년 후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까지 계산해 비교해봐도 풍력발전은 상당히 부담이 된다” (김진량 LG화학 에너지기후팀장)

“풍력의 발전단가(LCOE)가 태양광보다 비싸 RE100을 이행하기에 열위라고는 하지만 제도적 체계가 기반되면 충분한 잠재력과 확장성이 있다. 넷제로(탄소배출 0)을 선언한 많은 기업들이 전력거래계약(PPA)을 RE100 이행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박영욱 SKE&S 재생에너지 팀장)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2022 풍력산업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경제전환과 풍력 등 기업 재생에너지 전력 확대 필요성’을 주제로 RE100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2022 풍력산업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경제전환과 풍력 등 기업 기업 재생에너지 전력 확대 필요성’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자는 민간 캠페인이다. 전세계적으로 구글, 애플 등 약 37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SK㈜,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19개 기업이 가입했다.

남은 기업들도 RE100을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김진량 LG화학 에너지기후팀장은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질서에서 현실적인 비용 부담과 존립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고객사가 자사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거나 최소한 도입 확대 계획이라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전력량을 늘리기 녹록지 않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전력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11대 수출기업의 전력 사용량은 98TWh(테라와트시)인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9TW에 그쳤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무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안정적인 공급이 전제돼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전통 전력원의 대체재가 아니라 공급 보완재 수준”이라며 “원활한 에너지가 아닌데 투자하는 건 자원 왜곡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풍력발전은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입지가 좁다. 2021년말 기준 국내 풍력발전단지는 109개소, 757기, 누적 설치량은 1705㎿다. 전체 발전시설 중에서는 약 1.3%,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중에서는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전력생산량으로 보면 전체 발전시설의 약 0.6%,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약 12.3%다.

박희범 전력거래소 전력신사업팀장은 “국내 재생에너지발전이 태양광 중심으로 지금 확대돼 왔지만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서 풍력이 역할을 해줄 때”라며 “풍력이 상대적으로 태양광에 비해 건설비용 등이 높은데 발전단가(LCOE)를 낮추기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너지IT기업 해줌 홈페이지 캡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또다른 걸림돌은 ‘망 이용료’다. 기업들이 전력구매계약(PPA)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려면 한국전력공사에 송배전망 이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급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10~20년 장기 계약을 맺어 고정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 등을 PPA로 조달해 이미 2017년 RE100을 달성했다.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도 풍력발전과 PPA를 활용해 RE100에 가입했다. TSMC는 2020년 덴마크 풍력기업 오스테드의 920㎿급 해상풍력 발전소와 20년간 PPA를 체결했는데, 대만 정부가 망이용료의 90%를 부담한다. 대만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4%(2020년 기준)인데 20% 수준이 되면 망이용료 할인율을 30%로 낮추는 식이다.

전요한 오스테드 풍력발전 팀장은 “많은 국내 기업들이 RE100 달성 방안을 문의하지만 어디서 충분한 발전량을 확보하고 원가 부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초창기 재생에너지 시장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대만의 TSMC 사례와 같이 망이용료 할인이나 세제 혜택 등 정부에서 지원을 고려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도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기존 전기요금보다 떨어지길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기업들이 수요를 확대해주면서 시장이 커지고 재생에너지 경제성도 확보된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정부의 추가적 지원이나 혜택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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