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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내집 아니라 은행집”…서울 집주인, 소득의 절반 대출 갚는데 쓴다 [부동산360]
부동산| 2022-07-02 07:01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등 주택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에 사는 아파트 주인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으나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주택구입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3.7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199.2)보다 4.5포인트 오른 수치로 주금공에서 해당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가장 높다. 특히 200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소득의 50% 이상을 대출상환에 써야 한다는 의미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100은 적정부담액, 즉 소득의 약 25%를 주택구입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택구입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내 집 마련 부담은 가중됐다. 경기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전 분기(113.7)보다 1.9포인트 오른 115.6을 기록했고 인천도 91.4에서 94.4로 3포인트 올랐다. 다만 세종은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44.8에서 138.8로 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의 아파트값이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내림세를 보인 여파로 보인다.

최근 전국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국내외 경기 위축으로 가계소득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어 내 집 마련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실제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5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4.14%로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이는 은행권의 우대금리 제공에 따른 것으로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상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이미 지난달 상단 기준 7%대를 넘어선 바 있다.

은행권 안팎에선 연내 대출금리 상단이 8%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8%대 주담대 금리가 등장할 경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 된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택을 매수한 이른바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향후 연체율이 높아지거나 줄도산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올해 금리가 몇 차례 올랐고 하반기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집값이 안 오르더라도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소득이 오른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상 어렵다. 정부가 이와 관련해 시급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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