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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허술’했던 펠로시 방한…상처만 남겼다[정치쫌!]
뉴스종합| 2022-08-06 06:01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오전 국회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4일 국회를 찾았다.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만큼 펠로시 의장의 메시지가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작 이목은 ‘의전 홀대 논란’에 쏠렸다. 이를 두고 국회의 준비 부족이 비판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논란은 ‘펠로시 의장이 지난 3일 오후 오산 미군기지로 착륙할 당시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나오지 않아 불쾌함을 표현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에서 촉발됐다. 펠로시 의장의 입국 시기가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만남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이 거듭 입장을 번복했을 때와 겹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2015년 방한 당시 펠로시 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국회는 “미국 측과 사전에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관계자는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펠로시 의장이) 대한민국 국회가 환대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감사의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 오찬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펠로시 의장이 (불쾌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국회의 ‘애매한 해명’이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의전 홀대’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와 관련해) 제가 문외한이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어쨌든 영접의 책임이 국회에 있다는 건 맞는 거 같다. 그 부분에 대해 아프리카 친선 협회 의원이 오는 것도 아니고 미국의 의전 서열 3위 실력자가 오는거고 영접에 대해서도, 의전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주한미국대사관 측에서 한국 측 영접을 거절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한국 방문 직전 대만을 찾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늦어서 (한국 측이) 오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대통령실 브리핑이 있었는데, 대만에 도착했을 때도 (펠로시 의장이) 늦게 도착했다. 왜 한국만 그러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계자는 “그건 대만 사정”이라고 답했다. 관계자는 “대만이 나갔다고 해서 우리도 나가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은 것을 두고도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관계자는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를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협의에) 참여한 게 아니어서 저도 결과만 통보 받고 진행했다는 입장에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기자가 관계자의 답을 인용해 ‘이를 통보 받는 과정에서 협의 담당자가 누구냐’고 묻자 “통보라는 게 좋은 표현같지 않다”고 반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회담'에 앞서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의전 홀대 논란은 곧 양당의 ‘네 탓 공방’으로 번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지키기’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당 소속 의원들과 오찬 일 정 후 기자들에게 “미국 의회에서 방문할 때 영접을 의회에서 나가서 한다는 게 세계 공통 의전 방식”이라며 “행정부에서 안 나간 건 당연하고 국회에서 나가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영, 환송 등 의전은 당연히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하는 것인데 이 책임을 대통령에게 지우겠다는 주장은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책임론을 내세웠다.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 결례가 의전 참사로 이어지며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방한했지만, 공항에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가 매우 불쾌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에서 의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아마추어 외교가 빚은 부끄러운 참사”라고 꼬집었다.

국회와 정부 모두 준비가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 측에서 보안을 다른 때보다 강화했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방한 때부터 미국 측과 (국회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실무자들 입장에선 ‘미국 의전 서열 3위가 방한한다는 데 이렇게 준비를 허술하게 해도 되냐’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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