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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입었네…1400원 턱밑 환율에, 의류 OEM 好好
뉴스종합| 2022-09-20 08:03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보는 등 연일 연고점이 바뀌는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국내 의류 기업들이 반색하고 있다. 매출이 달러로 연동되는 사업 특성상 당장 올 하반기부터 ‘달러 강세’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되면서다.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상승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원단을 만들 때 쓰는 면화 값 상승분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해외 생산기지 인건비, 각종 원부자재 값 증가분이 크게 상쇄될 것으로 관측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장부상으로 억대의 매출 이익이 달라진다”라며 “수출 물량이 더 늘지 않아도 팬데믹을 겪으며 받았던 타격을 딛고 실적 턴어라운드까지 기대해 볼 수 있겠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라며 말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동기 대비 10%가량 증가하면서 화승엔터프라이즈, 영원무역, 한세실업 3사의 합산 달러 매출액은 38%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한세실업(24%), 화승엔터프라이즈(22%), 영원무역(7%) 순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까지 월마트, 타깃, 갭 등 미국 대형마트에 의류를 납품하는 한세실업은 2분기 실적이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를 보이는 ‘피크아웃’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강달러 수혜로 영업이익 상승 여력이 예상되면서 올 3분기는 전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신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판가 인상을 단행한 주요 고객사와의 수주가 안정화되고 전반적인 생산성이 향상된 점도 주효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노스페이스 등 해외 바이어로부터 아웃도어·스포츠 의류를 수주받고 해외 현지법인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영원무역은 매출 전부가 달러로 연동돼 수혜를 입게 됐다. 특히 영원무역은 중국에 위치했던 주요 생산기지를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으로 이전 완료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아디다스·리복을 고객사로 둔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올 하반기로 밀렸던 신상품 출시 계획에 따라 생산 물량이 대폭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나이키 의류 공장 인수에 따른 사업 다각화로 내년까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고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의류 수요 자체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이와 함께 매출원가에서 60~70% 비중을 차지하는 면화 등 원부자재 값의 가격 인상 폭과 시기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의류 소매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까지는 견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이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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