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살려 달라” 딸 문자에 이태원 달려간 父, 이들 구해준 젊은 커플
뉴스종합| 2022-11-01 06:37
경기도 성남의 60대 남성 A씨가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한 당시 딸에게 받은 문자메시지. [뉴시스 캡처]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젊은 커플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20대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1일 뉴시스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에 사는 아버지 A 씨(62)는 29일 당일 친구들과 이태원에 놀러 간 딸에게서 다급한 전화를 받게 됐다. 딸은 “옆에 사람 다 죽었어”라며 다급하게 말했지만 계속 통화가 끊어지는 탓에 A씨와 더 이상 통화를 하지 못했다.

A씨는 “무슨 일 이야?”라고 계속 문자를 보냈고, 딸은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 났는데 집에 가려다 맨 밑에 깔렸어. 여기 사람들 막 다 죽었어. 살려줘 나 무서워”라고 답을 했다. 그는 택시를 타고 이태원으로 갔지만 도로가 막혀, 결국 택시에서 내려 1.5㎞가량을 뛰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목숨을 건진 딸은 다른 3명과 함께 파출소에 누워있는 상황이었다. 딸은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만큼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지만, 사망자와 위독한 사람이 너무 많아 경찰과 소방관들이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A씨는 결국 딸을 등에 업고 1㎞ 넘게 뛰었다. 택시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 차량에게나 도움을 청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순간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병원까지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해당 남녀는 A 씨와 딸을 태우고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도 앞서 실려 온 사상자들로 가득해 진료가 어려웠다. 이들 젊은 커플은 부녀를 다시 분당차병원 응급실까지 태워다줬다.

A씨 딸은 다리뿐만 아니라 장시간 압력에 노출되면서 근육 손실로 인한 신장(콩팥) 손상을 입었다. 현재 고비를 넘겨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다.

과거 경기도의원을 지낸 A씨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러한 사연을 올렸다.

그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우리를 데려다준 젊은 남녀가 휠체어까지 갖고 와서 딸을 태워 옮겨다 줬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 입원한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서너 정도 시간이 걸렸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약소한 돈이라도 비용을 치르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고 다시 건네주고 돌아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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