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월 순익 6천만 ‘포기’, 소설 마진 얼마길래
라이프| 2022-11-26 12:24

소설은 그 자체로 재미를 줄 뿐만아니라 우리에게 또 다른 삶, 세계를 엿보고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일을 하는 이들을 우리는 소설가라 부른다.

소설을 쓰는 이유도 방식도 상상의 결도 전부 다른 소설가 23명이 소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 하게 털어놓은 에세이집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작가정신)는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준다.

그 중 반짝이는 잠언 같은 문장을 잘 구사하는 소설가 오한기의 책 제목이 된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들어 있다.

작가는 얼마 전, 선배가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3억 원을 찍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순이익은 20퍼센트. 그렇다면 한 달에 순수하게 손에 쥐는 돈이 6천만 원이 된다. 감탄과 동시에 선배의 아이워치가 울린다. 또 팔렸다.

강남역 근처에서 팥빙수를 먹다가 아이 유치원 픽업을 위해 허둥지둥 일어서는 그에게 선배는 국산 팥과 찹쌀떡 따위를 손에 들려준다. 며칠 간 부부는 이 일을 진지하게 화제 삼았을 것이다.

며칠 뒤 작가는 소설쓰기를 관두고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선배한테 자문도 구하고 유튜브도 뒤적인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멈췄다. 소싱을 하고 해외 사이트를 뒤적이며 최저가를 찾아 헤매는 게 의미 없게 여겨진 까닭이다.

작가는 해낼 자신도 능력도 없다고, 사업가 체질은 타고 난다고 둘러대지만 의미를 찾는 작가의 까다로운 잣대를 통과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신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바로 스마트스토어에서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 지난 5월 문학사상에 발표한 단편 ‘세일즈맨’의 확장버전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의 소설이 그렇듯 주인공은 소설가다, 궁뎅이, 볼기짝, 모근, 흰머리, 코딱지, 치석 같은 인체에 딸린 쓸모 없는 것들을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작가는 “따지고 보면 나는 3억 대신 소설을 택한 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문한다.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순수하게 나에게 남는 건 뭘까? 과연 소설엔 마진이 얼마 남을까?”

수많은 소설이 나오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작품은 두어 작품에 불과한 현실에서 그 많은 작가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릴지 다시 궁금해진다.

작가의 인세 10%. 2010년대 초, 문학전문 출판사 대표는 잘 알려진 중견 작가가 전업 작가로 먹고 살 만하려면 7만부는 소설이 팔려야 한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당시 소설책이 1만원 정도이니 7000만원 연봉인 셈이다. 매년 이렇게 소설이 나오고 이만큼 팔려야 한다. 실현이 어려운 꿈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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