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신나라가 사이비종교였어?"…90년대 가요계 지배한 '아가동산'
뉴스종합| 2023-03-08 10:02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신나라레코드 불매 움직임이 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신나라레코드가 사이비 종교 '아가동산'의 수익원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다. 신나라레코드는 유명 대중가요 음반을 유통한 곳으로 CD나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1990년대를 거쳐온 세대라면 익히 들어봤을 이름이다.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 5~6부는 아가동산과 그 교주 김기순의 범행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가동산은 1982년 김기순이 경기도 이천에 설립한 신흥 종교다. 김기순은 당초 전북의 한 사이비 종교의 신도였는데, 그 종교의 교주가 구속된 이후, 남은 신도들을 흡수해 아가동산을 설립했다. 김기순은 예수는 아가이며, 자신이 곧 아가라는 교리로 자신을 신격화했다. 그는 신도들에게 부부 및 부모 자식 간의 연을 다 끊고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세뇌했다.

다큐멘터리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아가동산의 범행은 김기순의 뜻을 거스르는 신도를 다른 신도들이 폭행해 죽게 한 일이다. 특히 그 피해자 중에는 7살 어린이 최낙귀도 있었다.

아가동산의 중요한 특징은 신도들과 함께 '협업마을'이라는 경제·종교 공동체를 만들어 농장 노동을 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점이다. 노동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중노동이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아이들에게 지하철에서 껌 등을 파는 '앵벌이'를 시켰다는 증언도 나온다.

아가동산 사건을 취재했던 양봉식 기자는 "집단에 있는 사람들을 김기순을 위해 노예화시켰던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특히 김기순이 설립한 신나라레코드는 아가동산의 중요한 수익원이었다. 신나라레코드는 음반 유통만이 아니라 제작까지 1980·90년대 가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회사다. 이름 '신나라'는 '신난다'는 뜻이 아니라 '신(神)의 나라'라는 뜻이라고 다큐멘터리는 전하고 있다.

유명 가수들의 음반도 많이 제작했는데 대표적으로 가수 김광석, 이소라, 강산에, r.ef 등이 전속으로 소속돼 음반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CD나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신나라레코드가 벌어들인 수익은 어마어마했다. 다큐멘터리의 한 출연자는 "돈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쓸어 모았다"고 했다.

1996년의 한 언론 기사를 보면 "신나라유통은 국내 음반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최대의 음반유통업체. 작년 국세청에 130억원의 매출액을 신고한 신나라유통은 국내 음반유통시장의 30%를 점하고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음반유통업에서 대일레코드와 함께 1,2위를 다투고 있다. 서울, 대구, 대전, 광주, 부산, 인천 등 전국 6개도시에 대리점을 갖고 전국 음반매장에 물건을 공급하고 있으며, 서울 압구정동과 용산, 부산 전자랜드에 대형 음반매장을 갖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용산점은 8만개 정도의 음반 타이틀을 갖추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나라유통은 봉고차를 이용한 음반유통으로 톡톡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도인 직원들이 봉고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다른 도매상보다 좀 더 빨리 음반을 공급, 음반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나갔다. 또 음반유통은 물론 음반제작사인 킹레코드까지 갖고 있어 자사 레이블의 음반을 소매상에 먼저 풀어버림으로써 다른 도매상을 제압하는 작전으로 음반시장에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신나라레코드는 여전히 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회장은 교주 김기순이다. 최근에는 음반 시장이 많이 침체됐지만 음반을 구매하는 아이돌 등의 팬이라면 10·20대도 신나라레코드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가능성이 있다.

김기순은 살인 및 사기 등 8개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1997년 횡령과 조세포탈, 농지법 위반 등 5개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에 벌금 60억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살인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김기순은 현재 출소해 아가동산으로 다시 들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aq@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