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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으로 그린 단정한 이육사”…산정 작품의 주제는 늘 '사람'
라이프| 2023-04-02 07:51
서세옥, 춤추는 사람들, 종이에 수묵, 160.3×111.5cm, 1997 [헤럴드옥션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예술의 산을 지키는 산지기’, 한국 수묵 추상의 대가 고(故) 산정(山丁) 서세옥의 작업 세계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헤럴드옥션은 산정 서세옥 화백의 인간 시리즈를 중심으로 인물화 등 다양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회고전을 1일부터 30일까지 헤럴드옥션 광교센터에서 개최한다.

서세옥 화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모두 겪은 해방 후 1세대 작가로, 한국 화단에서 수묵 추상을 처음으로 선보인 화가다. 그는 철학자이자 스승, 시인 그리고 서화가로 활동했다.

서세옥, 사람들, 종이에 수묵담채, 162×113cm [헤럴드옥션 제공]

서울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 전공에 입학한 작가는 학부생이던 1949년 제 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화가의 삶을 시작한다. 1950년대부터는 붓의 움직임으로 대변되는 동적 회화를 개척했다. 이후 모교인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전통과 철학에 바탕을 둔 아방가르드 운동을 구축하는데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1960년에는 ‘묵림회(墨林會)’를 창립하고, 수묵 추상을 시도했다. 1970년대부터는 점획과 번짐, 여백으로 구성된 ‘사람들’ 연작을 시작했다. 그가 그린 인간은 하나의 기호에 가깝다. 어깨동무를 한 무리로도 보이고 때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한반도의 산맥으로도 보인다. 서 화백은 생전에 인간 군상에 대해 “점이 이어진 선들이 거대한 원을 이루고, 이 원은 출발점도 종착점도 없이 순환된다”고 말한 바 있다.

서세옥, 이육사 초상, 종이에 수묵, 29.5×27cm [헤럴드옥션 제공]

서세옥의 대표 연작 ‘사람들’ 연작은 사람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이어주는 가장 근본적인 존재로 여긴 작가의 인식이 담긴 작품이다. 초기엔 그는 인간의 형태를 나타내는 ‘사람 人(인)’, ‘비 雨(우)’, ‘입 口(구)’, ‘설 立(입)’ 문자를 표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이 생각한 인간에 집중해 꾸준하게 발전시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을 전체적으로 조명,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인간’의 의미에 집중한다.

서세옥은 작품 활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소박하고 건강한 수묵미(水墨美)’가 느껴지는 수묵화를 그려왔으며, 작품의 소재도 사람이나 향토적인 색을 띠는 동물, 과일 등 한국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예술을 고집했다. 꾸준히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사람들을 그려온 그의 작품에서 그 세월과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산정의 타계 후 유족들은 지난 2021년 그의 작업 대부분과 평생의 컬렉션 등 3290여점을 서울 성북구에 기증했다. 기증작 목록에는 고인의 주요 구상화 및 추상화 450여점을 포함해 드로잉, 전각, 시고 등 작가의 작업 세계를 망라할 수 있는 2300여점이 포함됐다. 또한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소정 변관식, 소전 손재형, 근원 김용준 등 한국 미술의 맥을 잇는 작품 990여 점도 함께 성북구민의 품에 안겼다.

서세옥 화백,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Photography by Joo Yeon Lee [리만머핀 제공]

전시엔 서세옥이 그린 이육사의 초상도 나온다. 미술평론가 황정수는 “(서세옥의) 동향인 대구 출신 문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얼굴을 먹으로만 단정하게 그렸다. 어딘가 역시 같은 지역 출신인 근원 김용준의 문기가 나는 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스승 장우성의 세련된 필치의 냄새가 난다. 현전하는 이육사의 초상화 중에서 손에 꼽힐 만한 작품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현장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시 기간 중 주말 상시 운영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서세옥, 백석(白石), 종이에 수묵, 55.5×143.5cm [헤럴드옥션 제공]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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