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이 말하는 이 시대의 삶…“세월호 소재 글, 한계를 넘어선 것”
기사입력 2017-02-07 08:05 작게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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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가 신작 '공터에서'를 발표 했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진희 기자] 소설가 김훈(69)이 신작 ‘공터에서’와 함께 돌아왔다.

김 작가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신작은 제가 살아온 시대에 관한 소설이다”며 “1910년 나라가 망했을 때 태어난 아버지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을 태 태어난 아들의 삶을 그렸다”라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집필 의도 등을 먼저 설명한 뒤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세월호 소재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독자들과 대담 자리에서 “세월호를 소재로 한 소설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세월호는 자료 많이 가져다 읽었다. 아주 많이 읽었다. 현지에서 기자들이 겪은 이야기를 쓴 책들은 참 재미가 있었다. 저는 항상 현장을 바탕으로 쓴 글 좋아한다. 다큐멘터리와 르포, 보고서 등 팩트에 바탕한 책들을 좋아한다. 세월호도 역시 그렇다. 그런데 그걸 변형시켜서 밖에 쓸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 자살한 단원고 교감을 생각했다. 인솔 책임자였는데 탈출해서 그 다음날 아침에 나무에 목매달아 죽었다. 이것에 대해 뭐라고 글을 써야 하나. 교감선생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런 것들은 글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그건 종교의 영역으로 갈 수밖에 겠다 싶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광화문 촛불집회 등 현 시국에 대한 질문에는 “조카들이 촛불집회에 나가자고 했을 때 감기가 걸렸다고 하고 안 갔다. 친구들이 태극기 집회 나가자고 했을 대도 감기 걸렸다고 하고 안 나갔다. 대신 연말에 관찰자 입장에서 두 번쯤 가서 양쪽을 다 기웃거렸다. 해방 후 70년이 지났는데 엔진이 공회전한 거 같다는 느낌이었다. 70년이 지났는데 나는 어디에 와 있나 싶었다.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 학생들이 나와서 태극기를 흔들며 환송했다. 지금 시위를 하는 그 거리다. 그때 태극기 들고 교통 통제한 그 길에 반나절을 기다렸다. 남학생들은 가로수에 소변을 봤고 여학생들은 그저 참으라는 말만 들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태극기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너무 오래 사는 거 아닌가,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애가 들었다, 위정자들이 만든 난세를 광장의 군중들이 바로잡는 건 불행하지만 그 안에서 희망이 있을 것이다. 분노의 폭발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연결하는 동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것을 연결하는 게 정치지도자들이다”라며 “태극기 집회에 나온 내 또래들은 1인 소득 100달러 미만일 때 사춘기 보냈다. 기아와 적화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다. 그때는 기아와 적화가 가장 무서웠다. 그런 잠재적인 정서가 저렇게 됐구나 싶었다. 지금처럼 난방을 펑펑 때고 잘 먹어도 기아와 적화의 공포에 흔들리고 있구나 싶었다. 집회에 나온 태극기와 성조기, 십자가 이것은 내가 어렸을 적 전개했던 반공의 패턴과 똑같았다. 갑질의 유구한 전통이다. 태극기와 성조기와 십자가와 반공은 내가 어렸을 적에 기독교 우파와 결탁이 됐다. 그것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작가들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젊은 소설가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은 없다. 젊은 소설가들은 우리 세대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있다. 우리 세대가 구사하지 못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우리 같은 노인들이 보지 못한, 장님들이 보지 못한 세상이 있다. 사소한 것들을 들여다본다. 사소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면화된 것들, 지엽말단적인 것들을 본다. 거기서 큰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있다며 겸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다만 요즘 젊은 작가들은 문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저는 문체를 매우 신중하게 고르는 사람이다. 저는 장인적 기법이 없으면 목표를 향해 갈 수 없다. 한국어를 읽는다는 것은 조사를 읽는다는 것이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차이가 크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신작 ‘공터에서’에 대해서는 “한국 문학 전체를 놓고 통찰력 있는 진술을 할 입장은 아니다. 가령 조정래 선배나 황석영 선배는 한 시대의 억압적인 구조 억압적인 틀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거기에 인물을 배치해 글을 쓴다. 윗대 어른들도 그런 작가들이 있었다. 저는 전체를 들여다보는 시각보다는 디테일 통해서 좀 더 큰 것을 말해보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원고지에다 전체를 올려놓고 쓰는 작가들을 한없이 존경하지만 그분들을 따라가지는 못할 거 같다”고 말했다.

소설의 분량에 대해서는 “나의 아버지 세대와 나의 세대를 쓰기로 했는데 지금 같은 책을 쓸 생각은 없었다. 긴 글을 쓰고 싶었다. 다섯 권 정도 쓰고 싶었다. 후기에 밝혔듯이 기력이 미치지 못했고 많은 부분 버렸다. 크로키나 스냅 기법을 쓰다가 안된 건 버렸다. 쓴 것보다 못 쓴 게 더 많았다”라면서 “제가 아버지 세대에 대해 쓰는 게 평생의 짐이라 생각했다. 그 아버지 세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저런 아버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나처럼 생각할 줄 알았다.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지만 저런 삶을 살아선 안 되겠구나. 그런 고통들이 제가 글을 쓰게 된 중요한 본질이었다.”고 설명했다.

‘공터에서’라는 책 제목과 주인공 이름 작명에 대한 의미도 전했다. 그는 “공터는 역사적 구조물이나 시대가 안착 될 만한 건물이 들어서 있지 않은 곳이다. 저와 아버지와 제가 살아온 시대를 공터로 본 것이다. 돌이켜 보면 70년 동안 가건물 위에서 살아왔다고 느낀다. 그런 비애감과 연결이 되어 있는 제목이다. 마동수는 아버지 동녘 동에 지킬 수를 썼다. 애국적인 이름이다. 결국은 애국과는 하나도 관련 없이 그런 존재가 되고 말았다. 아이러니로서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공터에서’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마씨 집안사람들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아버지 마동수와 두 아들 마장세, 마차세의 삶에는 일제 강점과 해방·한국전쟁·군부독재·베트남 전쟁 등 질곡의 한국 현대사가 그려졌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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