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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View] 트로트가수 서민경 “운명처럼 다가온 데뷔, 꿈만 같아요”
뉴스| 2017-02-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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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막연하기만 했던 꿈을 이루기까지 36년이 걸렸다. 그 사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고, 꿈을 접어야할 뻔 하기도 여러번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었던 건 끝까지 간절함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로트가수 서민경은 지난 16일 데뷔곡 ‘핑글팽글’을 발표했다. 이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은 신인가수치곤 상당히 늦은 나이다. 트로트라는 장르적 특수성을 고려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설레고 감개무량하다. 요즘은 모든 게 꿈같다”면서도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남들보다 늦은 것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뒤따른다. 잠도 못 잘 정도”라고 늦은 데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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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힘겨웠던 성장기,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서민경만큼 굴곡 많은 성장기를 겪은 사람도 또 없을 거다.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 할머니·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란 그다. 학창시절 꽤나 공부 좀 한다는 학생이었지만 빠른 취업을 위해 진로까지 바꿔야했다. 누구보다 노래를 좋아했던 소녀는 감히 가수라는 꿈은 꾸지도 못했다. 그저 가수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있었을 뿐.

“대학 진학도 포기했어요. 대학은 사치였죠. 바로 취업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은 사춘기를 겪는 저로서 결국 방황으로 이어졌죠. 고등학교 시절 적응을 하지 못하고 헤매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마저도 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했지만요.”

힘겨웠던 당시 그를 잡아준 건 음악이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 그 순간이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틈틈이 노래 경연대회에 참석하며 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꿈을 조금씩 실현해 나갔다. 그 첫 걸음은 고등학교 당시 iTV(경인방송) 노래 경연대회다. 소찬휘의 ‘티어스’(Tears)로 대상을 받고 주변사람들에게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잠재되어있던 꿈이었던 것 같아요. (환경 탓에)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항상 무대에 대한 동경이 있었나 봐요. 그 이후로는 가수가 되지 않더라도 꼭 노래는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음악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게 된 건 그때부터였죠. 슬프거나 힘들 때, 좋을 때 항상 노래가 옆에 있었다는 걸 느꼈으니까요.”

할머니와 같이 산 덕분에 ‘가요무대’의 애청자이던 그는 대중가요 가수를 꿈꾸기 시작했다. 졸업 후 운명처럼 민요 선생님을 만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노래를 배웠다. 행사도 다니고 ‘전국노래자랑’에도 출연했다. 기분 좋은 20대의 출발이 시작되는 구나 싶었지만 그는 “나에게 20대는 없다”고 말했다. 녹록치 않은 현실이 그를 쉽게 놔줄리 없었다.

“23살에 결혼을 했어요. 지금 아이가 13살이 됐고요.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면서 행사를 다니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무래도 손이 닿을 나이고 이제는 사춘기도 올 나이잖아요. 제가 1년 반 정도 전부터 흔히 말하는 밤업소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럼 아침에나 잠깐 아들 얼굴을 볼 수 있는 정도예요. 저에게 20대는 없었어요. 생계유지를 위해 정신없이 뛰는 김보경(서민경의 본명)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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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운명처럼 다가온 데뷔, 꿈만 같아요”


생계를 위한 일을 이어가던 중 그의 꿈을 이뤄줄 운명 같은 만남이 성사됐다. 지인을 통해 청소년 선도위원회 홍보대사 활동을 하던 중 운영장의 소개로 지금의 소속사인 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인연이 되려니까 신기하게 되더라고요. 늘 내 이름으로 된 곡 하나 갖고 싶은 게 꿈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핑글팽글’이라는 곡을 얻게 됐죠. 정말 꿈만 같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토록 어려웠던 데뷔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나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곡을 받고 녹음을 하고, 16일 정식 발매를 하기까지는 순탄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수로 서민경으로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가장 먼저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였다.

“녹음을 마치고 파일로 녹음된 걸 받고 친척과 아이들에게 들려줬어요. 어린이집 홍보를 해볼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잘 따라하더라고요. 밤무대 활동 당시에도 그랬지만 이제 내 아이에게 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어리지만 항상 엄마를 걱정해주는 친구 같은, 또 남편 같은 아들에게 늘 고마워요.”

아이 이야기를 꺼내니 눈물부터 보였다. 생계를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 때문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가까운 곳에 살면서 아이를 함께 돌봐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또 한 번 눈물을 훔쳤다.

“쉬는 날이 거의 없다보니까 아이랑 함께 할 날도 많이 없어요. 할머니가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이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할머니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보던 프로그램이 ‘가요무대’인데 꼭 손녀 보경이가 성공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가요무대’에 서서 할머니가 뿌듯해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서민경은 나훈아를 롤모델로 꼽았다. 알 수 없는 한이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서민경 역시 어린 시절부터 힘겨운 일을 겪으면서 같은 또래에 비해 성숙한 감정표현이 가능했다. 당시엔 죽도록 힘들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오히려 그 시간들이 자신의 강점이 된 것이다.

“앞으로는 세미트로트보다 정통가요를 부르고 싶어요. 일단 올해에는 ‘핑글팽글’로 제 이름 석자를 알리는 거예요. 올해 데뷔를 했다는 것 자체로도 정말 큰 일을 해낸 거지만 사랑을 받으면 더 좋겠죠?(웃음)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공부하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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