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View] 누가 여자친구를 ‘흙수저 아이돌’이라 불렀나?
뉴스| 2017-03-11 13:59
이미지중앙

(사진=쏘스뮤직)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저희가 ‘흙수저 아이돌’이라고요?”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자녀를 지칭하는 신조어 금수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은 정치 사회를 막론하고 사용되고 있다.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다. 흔히 SM, YG, JYP 등 대형 기획사의 소속의 아티스트들에겐 ‘금수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흙수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흙수저라 불리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인기를 누렸다 치면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소녀가장 같은 취급을 해댄다. 걸그룹 여자친구도 당연한 듯이 ‘흙수저’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쏘스뮤직이라는 중소기획사에서 내놓은 이 그룹은 이제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됐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번도 흙수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레슨 받고 싶은 거 다 받았어요. 연습실 있고 숙소도 있고..그 정도면 누릴 건 다 누린 거 아닌가요? 하하. 데뷔 때부터 회사 분들이 우리를 ‘아가들’로 생각을 하셨던 거 같아요. 항상 우릴 ‘딸’이라고 불렀거든요. 지금은 어느 정도 성장을 하니까 믿고 맡겨주는 부분이 생겼어요. 하나하나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맡겨주는 부분이 있어요. 아닌 건 따끔하게 아니라고 해주시고요.”

여자친구는 “소속사가 학교 같다”고 말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을 했고 그 성장을 이끌어준 곳이 소속사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소속사의 첫 걸그룹이기 때문에 ‘선배’를 통한 배움은 경험할 수 없었다.

“그 부분이 아쉽긴 했어요. 큰 기획사를 보면 같은 회사에 가수 선배들이 많이 있잖아요. 방송국에서 만나면 더 잘 챙겨주고 그런 부분이 부럽더라고요. 내리사랑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아쉬움이 있었던 만큼 나중에 후배 그룹이 생기면 더 사랑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미지중앙

(사진=쏘스뮤직)


여자친구는 2015년 미니앨범 ‘시즌 오브 클라스’(Season of Glass)로 데뷔했다. 타이틀곡 ‘유리구슬’은 데뷔곡임에도 예상외의 선전을 거뒀다. 시작도 나쁘지 않았지만 소위 ‘대박’을 터뜨린 건 두 번째 앨범에서였다. ‘오늘부터 우리는’으로 축제 무대에 올랐는데 쏟아지는 빗속에서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그룹으로 대중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덕분에 데뷔곡으로 역주행의 쾌거를 맛보기도 했다. 이후 내놓은 곡들도 줄줄이 성공을 거뒀다.

“데뷔 당시와 지금에 있어서 대우가 달라지진 않았어요. 한 가지 있다면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게 된 거 정도죠. ‘너 그리고 나’ 활동 이후 생겼어요(웃음). 우리가 느끼기에 달라진 게 있다면 두 가지가 있어요. 한 가지는 팬클럽 회원 수에요. 처음엔 멤버들과 가족, 회사식구들 뿐이었는데 이제 거의 7만 명 정도가 됐어요. 또 한 가지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매장에서 우리 수록곡이 나오는 거예요.”

그렇다. 길거리에선 몇 번이고 여자친구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히려 길을 걸으며 여자친구의 음악을 듣지 못한 경우를 손에 꼽는 게 더욱 쉽다. 놀라운 점은 이제 데뷔 3년차인 걸그룹인데 노래만 들어도 ‘아! 여자친구’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동안 내놓은 앨범들로 여자친구의 색을 확실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곡은 이전의 곡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콘셉트도 ‘파워청순’에서 ‘파워시크’로 변화를 꾀했다. 신곡 ‘핑거팁’은 사랑에 주도적이고 당당한 소녀로 성장한 여자친구의 정체성과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처음엔 좀 의심이 들었어요. 곡 스타일이 여자친구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녹음을 하면서 조금씩 수정이 됐는데 오히려 그러면서 저희 색깔이 조금 입혀진 것 같아서 지금은 정말 좋아요. 콘셉트를 바꿔야 한다는 강박은 없는데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미지중앙

(사진=쏘스뮤직)


‘핑거팁’은 성장을 보여주는 콘셉트 변화에 중독성 짙은 멜로디 그리고 더 강렬해진 칼군무를 내세웠다. 범위가 넓어졌다는 멤버들의 말처럼 실제 여자친구는 기존의 모습에서 여러 방면에서의 성장을 드러냈다. 이제 멤버 전원이 성인이 됐다. 그래서 이번 성장은 더욱 의미가 깊다.

“새로운 색을 보여드린다는 건 데뷔 때처럼 다시 인정을 받아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우리를 ‘파워 청순’이라고 불러줬던 것처럼 ‘파워 시크’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죠. 다시 데뷔하는 심정으로 준비했어요. ‘여자친구에게도 이런 색깔이 있구나’라고 인정을 받는 게 우선이에요. 이번엔 숫자적인 기록에는 크게 무게를 두고 있진 않아요.”

여자친구는 음원차트 올킬은 물론이고 음악방송에서는 ‘시간을 달려서’로 15관왕, ‘너 그리고 나’로 14관왕을 달성했다. ‘오늘부터 우리는’은 걸그룹 최초로 1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또 1억 스트리밍을 돌파한 두 개의 곡(‘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을 가진 유일한 걸그룹이다. 뭐만 했다 하면 신기록을 만들어내는 ‘신기록 제조기’가 됐다. 빠른 시간 동안 많은 걸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멤버들은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멤버들이요”

cultur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