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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View] 손현주, 약속은 꼭 지키는 ‘보통 사람’
뉴스| 2017-03-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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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얼굴로 말하자면 장혁 빼곤 다 보통 사람이다.”

셀프 외모 디스를 하긴 했지만 손현주는 대중들에게 그만큼 친근한 배우다. 동네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웃집 아저씨 같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있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손현주의 모습은 2년 만에 빛을 본 영화 ‘보통 사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손현주 “‘보통사람’, 역시나 험난했다”

‘보통 사람’은 1987년, 열심히 범인 잡아 국가에 충성하는 강력계 형사이자 가장 성진(손현주)이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 주도하는 은밀한 공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숙이 가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하기까지 2년이 걸렸을 만큼 사연 많은 영화로 김봉한 감독은 기다려준 손현주에게 여러번 고마움을 표했다.

“기다렸던 이윤 김봉한 감독이라는 사람이 애처롭고 불쌍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로 될지 안 될지 몰랐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 개봉할지 어떻게 알았겠냐. 험난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험난했다. 제작비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돌렸다. 그래서 늦어졌다. 다른 작품을 하고도 싶었는데 피해갈 순 없지 않냐. 사실 2년동안 기다린 것 같은데 사이사이에 카메오도 많이 나왔다.(웃음) 2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원래 ‘공조’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다. 시대적 배경도 1980년대가 아닌 1970년대, 좀 더 정치색이 가미된 작품이었지만 여러 논의 끝에 4?13 호현조치가 발표됐던 1987년으로 배경을 옮겼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손현주는 조금은 경직됐던 분위기가 풀렸던 시대로 기억했다.

“전 연극하는 학생이어서 그 당시 분위기를 모를 수 없다. 저에게 당시 낭만을 묻는다면 전 무대에서 먹고 자고 했던 것밖에 없다. 그것도 낭만이라면 낭만이다. 전 연극과였는데 문창과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많이 먹었다. 밤 새우면서 격론을 벌였다. 마치 자기들이 세상을 만드는 것처럼.(웃음)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 지금도 만난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고 절 많이 키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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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헌조치, 국가에서 사건을 조작하고 보도 지침을 내렸던 당시, 최초의 연쇄 살인마 김대두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보통사람’엔 그 당시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분명 30년전 이야기지만 국정농단 파문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된 2017년,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가득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보통사람’은 시의성에 맞춰서 개봉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다.

“저희 영화는 80년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80년대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라적으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치, 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2017년에 만든 영화, 하나의 문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80년도에 아픈 아내와 아들을 가진 가장의 이야기,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물론 국가적으론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어서 정치적 내용이라서 피곤해 외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우리도 이 시점에서 역사적으로 대통령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린 이야기 할 시간이 많아서 상의하고 천천히 만들어갔다.”

■ ‘보통사람’ 손현주 VS 실제 가장 손현주

정치적 배경이 담겨 있지만 ‘보통 사람’의 가장 큰 근간은 ‘가족’이다. 손현주가 연기한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은 현실적이면서 공감을 일으킨다.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손현주가 가장 기억에 남고 마음 아파했던 장면도 아내 라미란과 함께 한 촬영이었다.

“라미란과 함께 누워있는 장면을 찍을 당시엔 정말 예뻐 보였다. 나로 인해 미안했고 그게 운명인지 알고 사는 모습에 많이 동화됐다. 라미란을 안고 ‘예뻐’고 표현했을 때 정말 예뻐서 울었다. 울음을 많이 절제를 했다. 그 부분에선 조금 아쉽다. 눈물은 아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극 중에선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둔 아버지 역할을 맡은 손현주는 실제로도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이다. 실제론 어떤 아버지인지 묻자 손현주는 “아들이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2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며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친구같은 아버지다. 아들은 절 친구로 안 해주려고 하지만.(웃음) 저희 아버버지도 권위적이진 않으셨다. 그래서 영화에 그 모습을 담은 경우가 있었다. 다른 때보다 아버지의 모습을 안고 ‘보통 사람’을 연기했다. 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2의 다리를 건너고 있고 대학생 딸은 모니터링을 많이 해준다. 대본을 먼저 보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얘기를 해줄 때도 있다. ‘보통 사람’도 먼저 봤는데 그 시대를 모르니 그 시대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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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냄새 나는 진짜 보통사람 손현주

1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동안 그 사람을 완벽하게 파악할 순 없다. 그럼에도 인터뷰 순간순간 손현주의 인간적인 면모는 빛이 났다. 손현주는 지숙 역을 맡았던 최윤소의 역할이 완성된 영화에서 많은 부분 편집된 것에 제 일처럼 아쉬워하며 후배를 챙겼다.

“영화에선 지숙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미미했는데 배역이 가진 특별한 힘이 있다. 당시 요정이라는 곳에서 지숙은 정재계 상징적 마담이다. 영화에서 커다란 키를 쥐고 있는데 많은 분량 빠졌더라. 김봉한 감독이 감독판 나오면 그 때 넣겠다곤 했는데 전 그 장면을 넣었으면 좋겠다. 관객들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내 살처럼 아프더라.”

또 손현주는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약속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손현주 전작인 ‘더폰’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한 기자와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스릴러 영화만 한다고 해서 다음엔 스릴러 안한다고 했는데 그분께는 약속을 지켰다”고 웃었다. 아이들을 위해 청불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약속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청불) 영화는 안 찍는다고 해서 미뤄두고 있다.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하면 청불 영화를 하고 싶다. 저도 격정 멜로도 하고 싶다.(웃음)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약속한 부분이다. 아들이 크려면 4~5년 정도 있어야 하는데 힘이 남아 있고 여력이 된다면 아이들 생각도 달라질 것 같다.”

‘보통 사람’은 답답한 시대와 뭉클한 가족들의 사연을 담고 있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코미디 요소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손현주는 ‘보통 사람’을 찍는 내내 먹먹했다. 무엇보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때 눈시울을 붉히는 손현주의 모습에선 영락없이 사람 냄새가 풍겼다.

“보통 사람은 뭘까, 어떻게 정의를 내릴까 대답을 잘 못하겠다. 이번처럼 영화를 찍는 처음부터 끝까지 먹먹한 적은 없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서 만은 아닌 것 같다. 모든 환경이 다 피해자 같고 불쌍하고 많이 짠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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