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피스드라마] ② 을의 입장, 공감 넘어 사이다가 通한다
뉴스| 2017-03-23 14:22
취업하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고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살아남는 것도 쉽지 않다. 88만원 세대의 애환은 드라마 속에서도 계속된다. 직장인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오피스 드라마는 씁쓸하지만 사이다 같은 한방을 기다리며 TV 앞에 앉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오피스 드라마의 매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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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김과장' 포스터. (사진=tvN, K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드라마에서 자신의 현실이 비춰지면 시청자들은 쉽게 빠져든다. 이야기에 공감하고 '드라마가 곧 내 얘기'라는 생각이 들면 시청자는 하나 둘 늘어난다. 그리고 그 드라마는 소위 '대박'을 친다. 이 흥행 공식은 지금도 공공연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흥행 공식이 생겨났다. 공감을 넘어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드라마들이 인기다. 다소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산재해 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드라마에서나마 이뤄지는 것을 보며 시청자들은 짜릿한 통쾌함을 느낀다.

지난 2014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은 대표적인 현실 공감형 드라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미생'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 출연한 배우들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쩌면 '미생'은 너무나 현실적이었기에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사랑받았는지 모른다.

'미생' 이후 새로 등장한 오피스 드라마로 KBS 2TV '김과장'이 매회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시청률도 2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 그러나 '김과장'이 방영 시작부터 기대작이었던 것은 아니다. 동시간 이영애의 복귀작 SBS '사임당, 빛의 일기'라는 기대작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과장'의 인기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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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자체발광 오피스' 스틸. (사진=KBS MBC)


'김과장'은 그러나 기존 오피스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속 시원한 결말을 연이어 그리면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택배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노동 실태, '알바생'들의 인권과 처우 문제, 퇴사를 종용하기 위해 실시되는 '면벽 근무', 재벌가의 부정 회계 등 다분히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김성룡(남궁민)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시원한 한 방을 선사하는 매력을 드러냈다.

여기에 지난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자체발광 오피스' 역시 또 한 편의 사이다 드라마 탄생을 예고하고 나섰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말 다하며 '갑질'하는 '슈퍼 을'로 거듭난 계약직 신입사원 은호원(고아성)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아직 시청률은 저조한 상황이지만 동시간 1위인 '김과장' 종영 후 반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을 넘어 사이다가 통한다는 건 드라마가 가진 판타지적 속성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들이 현실을 반영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공감 뿐 아니라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누구나 꿈꿨던 속 시원한 결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유의 재미가 살아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사이다같은 드라마들이 탄생해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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