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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View] 최민식 “내 연기, 여전히 아쉽고 부끄럽죠”
뉴스| 2017-04-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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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괜히 드리는 말이 아니에요. 정말 설레고 부끄럽고 기대감도 있고. 매번 만감이 교차하죠.”

배우 최민식은 대사 한마디, 눈빛 하나로 수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연기력을 논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그의 연기에는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 영화 ‘특별시민’에서도 그 내공은 여지없이 발휘됐다.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 이야기다. 최민식은 유려한 언변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는 변종구를 연기한다. 분명 그의 말이 ‘쇼’라는 것을 알면서도 묘하게 빠져든다. 관객을 휘어잡는 그의 연기 내공 덕이다. 그럼에도 최민식은 여전히 아쉬움을 보였다.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잖아요.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연기 디테일부터 전반적인 에너지까지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 아쉬움이 나쁜 건 아니에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좋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을 숨길 순 없어요. 욕심이 많은 거 같아요.(웃음) 당시에는 베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완제품을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들어요. 음, 그걸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우리가 알파고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잖아요? 하하.”

유독 이번 작품에 더 욕심을 갖는 이유는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직접 참여한 것이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 참여하면서 극중 변종구가 TV 토론에서 선보이는 연설문,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문 등을 직접 써내려가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기존에 대사가 있었어요. 감독과 제작사 대표가 쓴 연설문인데 각자의 생각이 있다고 느꼈어요. 물론 감독이 쓴 대사가 우선이지만 제 입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과 제작사 대표, 그리고 제가 쓴 연설문을 적절하게 섞은 거예요. 근데 쓰다보니까 길어져서 15분이 넘는 장문이 되니 암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앞의 모니터를 보고 읽는데 감독이 OK를 해도 제가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더 하자고 얘기하고 이야기를 줄여서 암기를 했죠. 한 70% 만족해요. 두 번 더 했으면 좋았을 텐데...하하. 욕심이 진짜 끝이 없죠?”

연기뿐만 아니라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러닝타임을 줄이면서 많은 신이 편집되는 것도 불가피했다. 처음 편집본은 무려 3시간 40여분에 달하는 길이었지만 실제 영화는 130분으로 거의 반절이 잘려 나갔다.

“욕심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그냥 드라마니까 좀 지루한 듯한 길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연기를 하고, 그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과제잖아요. 가지고 가고 싶은 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는 것에서 오는 아쉬움이 항상 있죠. 3시간 넘는 명화들도 많이 있잖아요. 국내 영화도 그런 여유를 좀 부려도 되지 않나 싶더라고요. 투자배급사에서는 물론 ‘속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하시지만요. 하하. 절충해서 합의점을 도출해낸 거예요. 당장은 힘들지만 떨어져서 보면 또 괜찮더라고요. 최종 편집본을 보면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고뇌한 흔적도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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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영화에 대한 애정만큼 자신이 맡은 ‘변종구’라는 인물에도 그만의 애정 어린 고민이 녹아 있었다. 변종구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간미를 지니고 있지만 정치적인 권력욕으로 변질된 인물이다. 실제 정치인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설정이다.

“제가 살면서 느꼈던 정치인들의 잔상을 종합적으로 합쳐서 만들어 낸 인물이에요. 정치판의 시스템, 특성, 언론을 통해 보여진 스캔들과 그런 것들에 대한 이면을 취재한 자료를 보면서 참고를 했죠. TV에서 본 한 정치인을 보고 ‘저 양반 찾아가서 소주 한 잔 하면서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취재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최민식은 이런 취재와 고민 끝에 탄생한 신이 바로 ‘고기 집 신’이다. 노동자를 위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술을 마셨던 곳이다. 변종구에게는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곳이다. 특히 영화 말미, 겹겹이 쌓은 상추에 큼지막하게 자른 고기를 투박스럽게 얹고 입을 틀어막는 그 모습은 압권이다. 그 한 장면으로 2시간 동안 보여줬던 변종구의 수많은 감정들을 모두 느끼기에 충분하다.

“권력욕에 찌든 변종구도 자기를 되돌아보는 순간이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반성을 했으면 멈춰야 하는데 또 그렇지 않아요. 특히 자신이 힘든 시절 포부를 그렸던 그 곳에서 상대의 입을 틀어막는 모습은 아이러니하죠? 반성하고 점검하고 정신을 차리고 궤도를 잡아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세월과 시간에 욕망에 길을 잃어버리고 그게 정답인양 질주하는 그런 변종구의 모습,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나쁜놈처럼 보이게 만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 화가 나는 거고요.

변종구는 큰 액션은 없지만 감정을 통해 관객을 휘어잡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젊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도 조금의 힘든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특별시민’으로는 목청이 터져라 열변을 토하고, 아내에게 무자비하게 맞는 모습도 너끈히 소화한다. 연륜에서 오는 그리고 체력, 정신적인 건강함에서 오는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보통 물리적인 에너지 소모와는 차원이 다른 게 있어요. 액션을 하는 게 아닌데도 집중을 해야하니까 초죽음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실제로 연설문 발표할 때는 집중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끝나고 거의 넋을 놨어요. 그런 것들은 어쩔 수 없어요. 편한 건 없잖아요. 힘들게 찍었는데 다시 찍어야할 때 오는 피로감, 잘 해야한다는 강박은 물리적인 피로보다 더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요.”

그 피로감을 최민식은 어떻게 해소할까.

“저요? 아직 견딜만해요. 아직 쌩쌩해요. 하하”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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