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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View] 이성민 “‘보안관’, 메인재료로의 테스트…피하고 싶진 않다”
뉴스| 2017-05-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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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수더분한 외모에 사람 좋은 미소, ‘우리 애’라고 감싸줄 것 같은 따뜻함을 지닌 이성민. 그런 그가 ‘보안관’을 통해 쫄티에 금목걸이를 한 오지라퍼로 나타났다. 이성민의 변신은 유쾌하고 또 유쾌했다.

‘보안관’은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가 서울에서 온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을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코믹 수사극이다. 드라마 ‘미생’ ‘기억’, 영화 ‘로봇소리’ 등에서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 이성민의 의외의 선택으로도 보여진다.

“일단 하고 싶어서?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저랑 작업했던 조연출이 처음 감독으로 연출하는 작품이라 관심을 가졌고 이야기가 큰 부담이 없어서 하게 됐다. 유쾌한 영화를 하는 게 나에게도 힐링이 될 것 같기도 했다. 나이가 있으니까 다이내믹한 역할은 하면 신체도 변화가 될 것 같았고. 가장 좋았던 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전 ‘보안관’을 코미디, 수사물로 생각 안했다. 우리들을 지켜볼 수 있는 풍자가 있는 영화라 봤다.”

유도선수 출신의 형사, 수상 레저를 즐기는 보안관 같은 대호 역을 위해 이성민은 액션 스쿨을 다니며 몸을 만들었고 수상스키 등을 운전하는 장면을 위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구리빛의 탄탄한 몸과 함께 쫄티와 금목걸이, 커다란 벨트가 도드라지는 바지 등 아재패션까지 완성했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체험해보는 게 유쾌하고 즐거웠다. 배우를 하면서 가지는 카타르시스 같다. 공식적으로 그런 짓을 해보니까.(웃음) 대호에게 공감가는 부분이라면 가족과 함께 있는 모습이다. 전 대호와 달리 집에만 있어서 집사람이 ‘언제 나가냐’라고 한다. 그런게 대호랑은 다른데 딸내미한테 구박을 받거나 와이프와 함께 있는 모습에서 공감이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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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웅과 함께 한 광고, 뭉클했다”

‘보안관’에서 대호는 형사의 감으로 종진을 의심하고 몰아붙인다. 이성민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대호의 행동을 형사의 촉, 나보다 더 화려한 수컷을 만났을 때 생기는 본능이라고 생각했다. 대호와 종진의 관계 때문에 아무래도 상대역인 조진웅과 맞붙는 장면이 많다. 조진웅과 이성민은 드라마 ‘열혈장사꾼’ 영화 ‘군도’에 광고까지 벌써 네 번째 만남이다.

“‘열혈장사꾼’에서 조진웅을 처음 만났는데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군도’ 땐 이미 진웅인 일정한 클래스에 올라가 있었다. 광고는 둘의 실제 인연과 맞는 카피가 있는 걸 찍었다. 그때 많이 남달랐다. 둘의 관계를 돌아보고 나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형 우리 잘 가고 있는 거지?’라는 대사를 하는데 뭉클하더라. 둘 다 부산에서 올라와 무명시절을 겪었다. 그때 진웅이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진웅이도 그렇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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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뿐만 아니라 ‘보안관’엔 김성균, 조우진, 김종수, 임현성, 배정남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기 때문에 사투리는 필수였다. 유일한 서울 출신인 임현성을 제외하곤 나머지 멤버들 모두 영화의 배경이 익숙했다. 촌스럽고 막무가내로 보일 수밖에 없는 ‘보안관’ 멤버들을 이성민은 ‘어벤져스’라고 표현했다.

“개인적으론 그들의 이야기가 경상도의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7명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나랑 한국에 있는 모두의 모습일수도 있다. 그 지점에서 이 영화가 풍자를 예쁘게 했구나 생각했다. 인터뷰 하기 전에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나이를 검색했는데 저보다 한참 형님이더라. ‘아이언맨’ 배우들도 다 나이가 많다. ‘어벤져스’도 나이가 많다. 아재들의 이야기다. 그런 식이라면 저희도 ‘어벤져스’가 가능하다.(웃음) 촌스러워서 그렇지.”

■ “연기, 죽을때까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수사극, 코미디, 로컬극 등으로 표현되는 ‘보안관’. 그 중심에는 아재들의 판타지와 향수가 있다. 영화에서 대호와 덕만(김성균)이 영화 ‘영웅본색’에 빠져있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제는 사회에서도 밀리고 가정에서도 점점 힘을 잃어가는 아재들에겐 ‘보안관’은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만한 작품이다.

“‘콘서트 7080’을 보고 있으면 그 노래가 나올 때 내가 몇 살이고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생각난다. 늙어가는 가수에 마음이 아프다. 와이프랑 보면서 기억에 각인된 노래에 대해 같이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영웅본색’이 딱 그런 영화다. 장면도 생각나고 뭘 하고 있었는지도 생각난다. 전 정룡을 좋아했다. 우리 나이의 아재들이 가지고 있는 향수를 자극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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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0세가 된 이성민도 극 중 대호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대호가 종진에게 느끼는 질투라는 감정을 배우로서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 보다는 자신이 가진 재료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더불어 주연 배우 무게에 대한 책임감도 강했다. ‘보안관’이 그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였다.

“지금도 멋있는 배우들을 보면 질투가 난다. 근데 내 한계를 잘 알아서 경쟁을 하려곤 하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가는 게 내 몫이다. 그래서 다양한 배우가 많은 거다. 그들이 조화를 이뤄가는 게 하나의 영화인 것 같고. 제가 짠맛을 가지고 있는데 단맛을 가지려는 건 욕심이다. 어렸을 땐 몰랐다. 내가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짠맛, 단맛을 다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극단에 갔을 때 연출이 ‘넌 너를 본 적이 있냐’고 하더라. 나이가 들고 살아보니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배우의 과정이더라. 언젠가 일을 그만두겠지만 죽을 때까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민망한 얘기지만 전 조미료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 딜레마이기도 하다. 메인재료가 되고 싶은데 그게 아니라 딜레마다. 어느 순간 메인재료가 돼버렸다. 그건 극복해야 할 문제다. ‘보안관’은 그 기로에 서있는 작품이다. 메인재료로의 시음, 테스트다. ‘로봇소리’로 먼저 겪었는데 한 번 더 손님상에 내놓는 느낌이다. 피하고 싶진 않다. 뚫고 나가고 싶다. 좋은 시험대에 있는 것 같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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