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장애인지도자도 해외로 나간다 - 안태성 양궁감독
뉴스| 2017-06-14 04:53
이미지중앙

1987년 파리세계대회에 출전한 안태성. 당시는 비장애인 선수였다.


12일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 선수 출신으로 패럴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이자,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낸 안태성(55) 감독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장애인체육 분야 자문으로 캄보디아에 파견이 된다고 밝혔다. 안태성 전 감독은 ‘2017년 1차 월드프렌즈 KOICA 자문단’ 명단에 포함됐고, 대한민국 장애인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게 된 것이다.

안 감독은 오는 7월 KOICA에서 진행하는 2주간의 국내교육을 수료한 이후 7월 말 캄보디아로 출국한다. 캄보디아에서는 장애인양궁 지도 및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2020 도쿄 패럴림픽 및 2023 아세안장애인대회를 위한 선수육성, 캄보디아와 한국의 양궁 교류 업무 등을 수행한다. 안 감독은 장애인체육 분야에서 영어와 양궁 및 장애인스포츠와 관련된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되었다.

“도전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약 30년간 장애인양궁 현장에서 좋은 성적도 내고 2년 전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겪으며 좌절도 했지요. 하지만 장애인양궁 전임지도자를 하면서 전국순회 지도와 신인선수 발굴이 저에게 다시 꿈을 키워주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와서 도전했고, 힘든 관문을 통과해 대한민국의 첫 장애인지도자 해외파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양궁협회가 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양궁 우수성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미지중앙

2012 런던 패럴림픽에 출전하여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안태성 감독.


양궁은 비장애, 장애 모두 경험

“중학교 1학년(1975년) 때 운동을 시작했어요. 3년 후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다리를 다쳤어요. 그래도 계속 양궁을 했죠. 포기할 수 없었어요. 비장애 선수들과 경쟁하며 활을 놓지 않았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적 부진으로 탈락했죠. 대회장을 돌아서 나오는데 지금의 한체대 한민규 교수(당시 패럴림픽 조직위 근무)를 만났어요.” 잊을 수 없는 장애인양궁과의 첫 만남이다. 안태성은 장애인양궁과의 인연으로 1988년 서울패럴림픽대회에 출전해 2관왕에 올랐으며, 1996 애틀란타 패럴림픽대회, 2000 시드니 패럴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2 런던 패럴림픽대회에는 감독으로 참가해 여자 단체전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안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장애, 비장애 선수 구분 없이 많은 양궁 선수들을 길러냈다. “최소한 5~6년 정도는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선수도 노력을 많이 해야 성과가 나올 수 있어요. 그리고 꾸준하고 과학적인 훈련이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실업팀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해요. 그런데 쉽지가 않네요. 비장애인실업팀과 장애인실업팀이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안태성 감독은 장애인양궁협회와의 불협화음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장애인양궁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중도장애를 겪은 경험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도 두어 번 죽으려고 했어요. 방황하는 저를 잡아준 건 지금의 아내에요. 병원에 있는 동안 아내가 저를 돌봤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현실을 직시했어요. 그리고 다시 활을 잡았죠. 양궁이 삶의 목표이자 희망이었죠. 지금도 양궁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그에는 양궁은 삶 자체이자 운명이었다.

이미지중앙

안태성 감독이 장애인양궁 기대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상 첫 해외파견 장애인 지도자

“몇 주 전에 캄보디아에 다녀왔어요. 선수가 5명 정도여서 신인선수 발굴이 시급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양궁을 활성화시켜 보겠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양궁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불모지인 캄보디아에서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죠. 9월에 양궁대회가 있는데 선수들의 실력을 파악하여 바로 훈련에 돌입하려고 해요. 언어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6개월간 전임자가 통역을 해주면서 인수인계를 해준다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가 쏟아납니다.” 이팔청춘 같은 열정이다.

안 감독의 임기는 1년이지만 보통은 3년까지 연장을 한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2023년 아세안 장애인대회가 열리는 까닭에 실제로는 6년간 머무를 공산이 크다.

“솔직히 해외지도자로 나가 있는는 동안 제가 발굴한 신인선수들이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양궁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훈련에 임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기에 ‘우리 웃으며 헤어지자. 2020년 도쿄패럴림픽을 함께 나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자’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이토록 깊으니, 그동안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 같다.

이미지중앙

안태성 감독이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주관한 2017 캄보디아 선수단 초청 및 합동훈련에서 캄보디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장애인지도자 최초로 해외에 파견되는 안태성 감독의 꿈은 당차다. 그는 “제 꿈은 국회의원입니다. 체육을 아는 체육인으로 체육현장의 발전을 위해서 더 헌신하고 노력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체육인들이 정치를 통해서 체육인을 위한 정책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캄보디아가 양궁의 다크호스로 떠오르지 않을까? 열정이 넘치는 장애인지도자의 모습에서 그런 예측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장애인스포츠와 관련된 제보를 기다립니다.
sport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