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들을 죽인 엄마의 비밀, 낯선 스릴러와의 만남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뉴스| 2017-06-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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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블랙허스트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인생에서 처음 책을 낸 작가의 데뷔작이 이토록 뜨겁다면 그건 신이 주신 천재적 재능이라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다.

제니 블랙허스트의 첫 번째 소설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는 영국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을 지나 국내에 당도했다. 스릴러 신예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저자의 이 소설은 400쪽이 넘는 분량이 무색하게도 이야기의 치밀함과 속도감, 흡인력 등으로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라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하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소설은 수전 웹스터라는 여성의 서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생후 12주 된 아들을 죽인 수전 웹스터는 치료 감호소에서 3년을 보낸 뒤 거주지와 이름까지 바꾸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어느 날 현관 매트 아래에서 자신의 옛 이름이 쓰인 봉투를 발견하고 삶은 폭풍 속으로 진입한다. 우체국 소인도 없이 일요일에 배달된 그 안에는 처음 보는 남자아이 사진이 들어 있고 뒷면에는 그의 아들 이름 '딜런'이 적혀 있다.

저자 제니 블랙허스트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지속해온 독서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 여러 단서들을 짜 맞춰 하나의 그림으로 만드는 습관을 바탕으로 누구의 삶에나 존재하는 커다란 구멍에 빠진 한 여성의 이야기를 어떤 소설보다 촘촘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스릴러 애호가 뿐 아니라 스릴러물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독자마저도 단번에 끌어들일 만한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벌어진 한 사건으로 소중하게 지켜온 평범한 생활이 으스러진 인물의 모습과 갑자기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부터 켜켜이 쌓이다가 한순간 터져버린 사건의 경로를 잘 보여주는 수작으로 꼽힌다.

그동안 많은 스릴러물이 경찰 수사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식상한 과정을 거쳤다면 이 소설은 사건의 주체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데도 삶에 뚫린 구멍에서 자라난 불행의 줄기를 뿌리 뽑으려는 의지를 단단하게 다지는 인간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독자의 감정을 끝없이 자극한다. 주인공 수전 웹스터의 시선으로 서술되며 나아가는 현재 사건과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며 그 사이사이를 끼어드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날 때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줄곧 안정적인 문체가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삶에 뚫린 거대한 구멍에서 빠져나오려는 인물을 내세워 삶의 혹독함과 아름다움, 인간의 잔혹함과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는, 문학성과 대중적 재미를 겸비한 보기 드문 페이지 터너 스릴러다. 제니 블랙허스트 글·박지선 옮김·나무의철학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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