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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 서정희 잃어버린 32년 "충격적 사건이 터진 그 날이 내 인생 최대의 축복의 날이었다"
뉴스| 2017-06-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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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희 '정희'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앞으로 다시는 다른 이에게 내 삶을 걸지 않겠다. 나의 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해 모두 사용할 생각이다. 쉰이 훌쩍 넘은 지금, 더 이상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정희’라는 이름의 진짜 ‘내 인생’을 비로소 시작하려 한다.”

대표적인 내조의 여왕에서 지속적인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시련으로 가득했던 삶이 대중에게 까발려진 서정희는 그 덕에 새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희’라는 에세이집을 발간했다.

1980년 열여덟의 나이에 광고 모델로 데뷔한 서정희는 서구적인 마스크와 청순미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다. 늘 완벽한 아내로서의 모습이 부각됐고, 서정희의 뷰티,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은 물론이고 리빙, 종교 등 출간한 책들도 크게 히트했다.

“모두가 경악하며 지켜보던 그 충격적인 사건이 공개되던 날, 그날이 내 인생 최대의 축복의 날이 되었다. 자유와 행복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뜻밖의 발견. 우연치고는 너무나 필연적인 행운의 날이 되었다.”

그러나 해피엔딩을 꿈꿨던 시나리오는 결국 폐기처분됐다. 화려하고 완벽해보였던 삶은 거짓이었다. ‘정희’를 통해 서정희는 그동안 ‘완벽’이라는 가면 아래 울고 있었던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결혼생활 동안 서정희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이혼 수속을 밟았으며,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렇기에 ‘정희’에는 그 절망의 시간을 버텨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희’의 서정희는 연예인이었고, 연예인의 아내였던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서정희라는 인간이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고 잃어버린 32년을 되찾으려 한다. 서정희만큼 큰 충격과 사건을 겪지 않은 이라도 삶에 있어 후회는 동반자다. 그런 그들에게 서정희가 말한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고 끝났다고. 하지만 끝난 뒤에도 삶은 계속 된다고.

“거짓 없이 내 삶을 받아들이면서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절대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절대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꿈을 가진 바보들에게, 나와 같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는 꿈, 세상과 소통하며 소외되고 고독한 이들과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꿈 말이다.”

서정희 지음 | 아르테(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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