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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아의 차이나는 골프] (3) 이제 중국도 미국을 바라봅니다
뉴스| 2017-07-1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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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한국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 국가대표 지이판(왼쪽)과 두모한.


칼럼 게재가 예정보다 좀 늦었는데,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제가 중국 국가대표 2명을 데리고 미국출장을 다녀왔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편은 ‘차이나는 골프’가 아니라 ‘차이나 골프 인 아메리카’쯤 되겠습니다.

저도 미국에서 주니어 및 대학, 그리고 프로투어까지 뛰었으니 사정을 잘 아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주최하는 프로투어 외에 미국 여자골프는 USGA가 관장합니다. 그중 최고봉이 며칠전 박성현 선수의 우승 및 한국선수들의 선전으로 ‘한국여자오픈’이라는 평을 들은 US여자오픈이죠.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대회이고,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출전합니다.

USGA는 US여자오픈 외에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과 US걸스주니어챔피언십을 개최합니다. 전자는 프로를 제외한 최고수를, 후자는 주니어 최고의 여자선수를 가립니다. 그런데 대회명에 ‘US’가 붙어있지만 전 세계로부터 참가선수가 몰립니다. 마치 US여자오픈처럼 말입니다. 세계 최강인 한국 여자골프는 1998년 박세리 쾌거 이후 미LPGA투어는 물론이고, US여자아마추어와 US걸스주니어에서 이미 다수의 우승자를 배출한 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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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대표 두모한의 LA의 한국 골프연습장에서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펑샨샨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이제 여자 아마추어선수들이 미국의 US여자아마와 US걸스주니어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전철을 밟는 것이죠.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선수 개인(주로 부모님)이 미국 도전에 나섰지만, 중국은 골프협회 차원에서 이를 지원한다는 정도입니다.

중국 골프대표팀의 여자 아마추어 감독인 저는 소속선수인 지이판과 두모한을 데리고 지난 7월 2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미국에 갔습니다. 6일에는 샌버나디노(애로우헤드CC)에서 US걸스주니어의 캘리포니아 지역예선에 참가했고, 10일에는 LA의 브렌트우드CC에서 US여자아마의 지역예선을 치렀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미녀골퍼로 유명한 지이판과 한국을 유독 좋아하는 두모한은 두 대회에서 모두 탈락했죠. 조금 실망스럽지만 중국골프협회가 처음으로 대표선수를 내보낸 것을 생각하면 성적 외의 소득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시기 US여자오픈에서 한국선수들이 맹활약하고, 무엇보다도 아시아의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만난 최혜진이 우승경쟁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중국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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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대표 두모한(왼쪽)이 동료 지이판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모습.


자신들은 US걸스주니어와 US여자아마의 지역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는데,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최혜진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솔직히 소름이 돋았을 겁니다. 두모한은 지난 6월 일본 산토리 시합 때 최혜진을 만나 “언니, 한국 말 가르쳐 주세요”라고 인사를 하니 최혜진이 아주 좋아했다는 에피소드를 제게 알려줬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골프한류를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여자골프가 많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그렇다면 향후 세계 여자골프는 한국-일본-중국과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 대표선수들의 첫 미국대회 출전이다 보니 아기자기한 스토리도 참 많았는데요, 한국어를 제법 할 줄 아는 ‘지한파’ 두모한은 이번 미국여행에서도 한국사랑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LA에서 차이나타운 대신 코리아타운에 가자고 하고, 육개장을 맛있게 먹고, 심지어 골프연습도 한국연습장에서 했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좋은 한국연습장에서 골프를 연습해서 그런지 볼이 잘 맞는다고 만족하기도 했죠. 특히 한국 사발면을 좋아하는 두모한은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한국의 농심이 중국 대표팀을 후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두모한이 이러니, ‘미녀골퍼’로 유명한 지이판도 한글을 따라 써 보고, 한국음식을 함께 먹고 코리아타운을 좋아하는 등 급속도로 한국화되고 있습니다.

끝으로 지난 5월 중국의 장자강 샹산CC에서 열린 제39회 퀸시리키트컵 때 만난 아마추어 최혜진의 US여자오픈 선전을 축하합니다(물론 박성현 프로의 우승도요). 한국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니 해외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는 저 같은 사람이 한층 힘이 난답니다. [중국 여자 골프국가대표팀 헤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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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한의 한국어 손글씨.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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