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휴가N책] ② 진짜 '나'는 어디에 있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뉴스| 2017-07-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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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 추천책 표지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휴가는 신기루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아무리 빼곡하게 계획을 세워도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한여름밤 꿈처럼, 모기향이 피우는 연기처럼 하루하루가 그렇게 속절없이 사라진다. 첫 날은 시체놀이를 해서 잘했다고 위안하지만 휴가일이 다 지나고 나면 좀 더 알차게 지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숨을 쉬게 된다. 안 된다. 최소한 뿌듯한 한 가지는 남겨야겠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주저없이 책을 추천한다. 읽는 시대가 지났다고 하지만, 최근 우후죽순 쏟아지는 인문학 예능은 지식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자격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대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천편일률적인 신간 소개 대신 잊혀진 구간과 추천할만한 신간을 주제별로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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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 진짜 나로 살아가는 법

구간 :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앤디 앤드루스 지음 | 이종인 옮김 | 세종서적

개인적으로 인생 책이다. 감기에 걸린 남자친구의 집에서 그를 간호하던 중 신간 배송 박스에서 홀린 듯 집었던 책이다. 앉은 자리에서 몽땅 읽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았고 쉽게 읽혔다.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라고 말하기엔 아까운 책이다.

2003년 국내 출간된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는 역사 속 인물들의 감명 깊은 조언과 구절들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해 진솔한 감동과 지혜를 선사하는 책이다. 우연한 사고로 과거로 가는 블랙홀에 빠지게 된 한 중년 가장이 만 하루 동안 겪은 환상 여행을 그렸는데 폰더 씨는 역경과 고난, 시련의 시간을 극복해낸 일곱 명의 위인을 만나 새로운 삶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스쿠르지 영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매우 착한’ 버전이라고 여기면 되겠다. 그러나 결코 그저 그런 책은 아니다. 작가는 영악하게 안네 프랑크, 링컨, 콜럼버스 등 위인들을 활용해 인생의 고귀한 메시지를 전한다. 염세주의자에 가까웠던 그때의 어린 나는 정말, 진심으로, 이 책을 읽고 나의 삶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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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신간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지음 | 마음의숲

우리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시간이 많다.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이며 어디 구석에 가서 웅크리고 있는 것일까. 자신을 찾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작가는 책을 펴내며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냉담한 곳이었다”고 말한다. 세상은 부조리가 넘쳐나고, 사람들은 불필요할 정도로 서로에게 선을 긋고, 평범한 이들조차 기회가 있으면 차별과 멸시를 즐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한 갑과 을일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에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우리가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돈 많고 잘나가는 타인의 SNS를 훔쳐보며 비참해질 필요가 없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고 모두에게 이해받으려 애쓰지 말자고 한다. 불안하다고 무작정 열심히 할 필요 없고,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말라고 응원한다. 인생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말고,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문제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 나답게 살라고 말한다.

사실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남의 시선이 인생의 잣대가 되는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남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살 수 있도록, 진짜 ‘나’로 살기 위해 우리가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길을 잃고 있는 그대들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나’를 찾아야만 하는 어른아이들을 위해 밥벌이와 어른살이에 지친 모든 현대인에게 적용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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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읽는 욕구를 채울 가벼운 터치, 단편의 향연

구간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이영미 옮김 |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가 최근 7년 만의 장편소설인 ‘기사단장 죽이기’를 출간했다. 책으로서는 드물게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각각 568쪽, 600쪽에 이르는 2권의 책을 읽기가 겁난다면 2011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추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30년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이나 다름없다. 이 책은 1979년부터 2010년까지 써온 다양한 글 가운데 저자가 직접 엄선한 69편의 미발표 에세이, 미수록 단편소설 등을 엮은 책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진지한 문학론에서부터 번역가로서 저자가 들려주는 감각적인 번역론, 음악애호가로서 들려주는 깊이 있는 재즈론 그리고 인생론과 독서론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존의 하루키 스타일을 오롯이 담아내면서도 새로운 하루키의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날것인 형태로 스스로를 표현하거나 픽션이라는 형식으로는 다 주워 담을 수 없는 세상사를 소재로 한 글들이 매력적이다. 이러한 저자의 글과 함께 저자의 오랜 지기지우인 안자이 미즈마루와 와다 마코토의 해설 대담까지, 하루키의 민낯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 “설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입니다. 복주머니 안에는 온갖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가 하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거야 뭐 어쩔 도리가 없겠죠. 복주머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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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신간 :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국내에는 하루키만큼이나 유명한 작가가 있다. tvN ‘알쓸신잡’으로 두 말할 필요없는 김영하. 그의 생각과 작품관을 들여다 보려면 ‘아랑은 왜’ ‘검은 꽃’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 등을 봐야겠지만 최근작인 단편집 ‘오직 두 사람’이 그간 작가가 그려온 냉소주의를 모두 담고 있는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오직 두 사람’은 제목만 들었을 땐 절절한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로 꾸려져 있을 것만 같은 선입견을 비웃듯 제멋대로 흐른다. 마치 방송에서 보여지는 김영하와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소설가로서의 김영하가 다르다는 듯 ‘오직 두 사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남들에겐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다른 마음’이 존재한다.

어느 주인공은 핏줄에 얽혀 있고, 어느 주인공은 그 핏줄이 더없이 낯설다. 인생에 대한 희망으로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깃을 잡아 쥐듯 그 핏줄에 집착했을 뿐 타인보다 먼 존재다. 오히려 한 세대를 건너뛴 생명에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존재보다 더 사랑했다 여겼던 ‘존재의 이유’에게서 벗어난 것에 안도한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도 몰랐던 본성을 발견하고, 어떤 이들은 알 수 없는 ‘개수작’에 갇혀 끝없는 절망을 경험한다.

‘오직 두 사람’은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의 전혀 다른 면을 발견하는 데서 오는 섬뜩함, 평이한 듯 흐르다 단 몇 문장으로 도덕과 양심을 뛰어넘는 인간의 본성을 관통하는 이야기로 독자의 허점을 찌른다. 누구나 가진 은밀한 본성, 누구보다 가깝다고 여겼던 사람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김영하는 ‘알쓸신잡’에서 적재적소 코멘트를 하듯 아무렇지 않은 체 하며 인간이 가진 불편한 감정들과 본능을 건드려댄다.

가장 재밌고 유명한 작가인 김영하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알쓸신잡’에서 보여졌던 유쾌함만을 원하고 상상한다면 이 책을 포함해 김영하의 책들을 보지 않길 감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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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너는 자유다'



■ 내년에는 꼭 가자, 해외로

구간 : ‘스페인 너는 자유다’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2006년 07월 28일 출간됐다. 잘 나가는 아나운서였고, 역시 돈도 많은 터인 이 지식인 여성의 여행책이 뭐 그리 특별할까. 정말 우연히 읽었던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가 미처 돌보지 못한 나의 갈망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아나운서 손미나의 '빛나는 30대'로 들어서기 위한 터닝 포인트, 1년간 스페인에서 보낸 '자유로운 젊은 날'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은 알맹이 없는 자기 자랑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고민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손미나는 스페인 유학을 떠났고, 자신의 삶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었다면 겪지 못했을 경험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맞대면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화면 속 손미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청춘을 느끼게 한다. 살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순간이 있다. 그러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들도 있다. 그 시간들을 거친 손미나는 현재 알랭 드 보통이 세운 ‘인생학교’ 서울 분교장이다. 손미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스페인의 향기와 함께 인생이 의지에 따라 얼마나 더 멋져질 수 있는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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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사생활'



신간 : ‘이탈리아의 사생활’ 알베르토 몬디 , 이윤주 지음 | 틈새책방

JTBC ‘비정상회담’에서 갖은 매력을 보여주며 시즌2까지 출연 중인 알베르토 몬디가 이탈리아에 관한 열 가지 이야기 ‘이탈리아의 사생활’로 독자들의 이탈리아인 친구를 자처했다.

방송에서 특유의 위트와 사랑꾼 면모를 보여왔던 알베르토 몬디는 10년간 자신을 도와주고 사랑해주기까지 한 한국인들을 위해 진짜 이탈리아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이탈리아의 사생활’을 내놨다.

이탈리아의 사생활’은 이탈리아 여행서가 아닌 인문서에 가깝다. 여행지의 정보나 역사 대신 현재를 살고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탈리아를 설명한다. 이탈리아인들이 왜 커피에 집착하고, 축구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나 한 달이 넘게 이어지는 휴가, 경제력보다 사랑을 더 중시하는 연애,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는 결혼식, 서열 경쟁이 아닌 성숙함을 키워주는 교육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탈리아의 사생활’에서는 커피 한잔 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사는 밀라노 사람을 놀리는 ‘못생긴 밀라노인(Milanese imbruttito)’이라는 말을 소개하며 이제야 입점하는 스타벅스 1호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커피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의 셰프는 자부심이 대단하기 때문에 만약 여행지의 식당에 가서 최고의 요리를 먹고 싶다면 메뉴판보다는 셰프를 이용하라고 말한다. “15유로밖에 없는데 셰프를 믿겠으니 좋은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셰프는 최선을 다한 요리를 내온다는 것이다.

그가 출연한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이탈리아 버전 느낌이다. 특유의 달변으로 풀어낸 ‘이탈리아의 사생활’은 이탈리아 여행 계획이 없어도, 알베르토 몬디에 딱히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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