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잇 수다] 대통령의 '명견만리', 세계 지도자들의 'it 책'은
뉴스| 2017-08-14 11:24
이미지중앙

'명견만리'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명견만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책으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가운데 세계 지도자들이 아끼고 사랑한 책들 역시 그들의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7일 교보문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기간 읽고 ‘명견만리’를 추천한 후 76여 권이던 하루 판매량이 789권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40대 남성 구매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알라딘에서도 ‘명견만리’ 판매량은 25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출간된 ‘명견만리’는 프로그램에서 다룬 미래 사회의 주요 키워드들 중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을 엮은 것이다. 익숙한 현실에서 벗어난 대담한 상상력으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사회에 대해 생각의 한계를 깨는 놀라운 제안들을 던진다.

‘명견만리’의 흥행과 함께 세계 지도자들이 추천한 책도 함께 눈길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명견만리’ 이전 우석훈의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를 추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지금, 사회적 경제를 다룬 이 책이 더 반갑고 소중합니다. 이 책에는 영세 자영업자를 약탈해온 ‘세습 자본주의’의 속성이 생생하게 나타납니다. 협동조합이 ‘정글 자본주의’에 의해 어떻게 저항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추천사를 쓴 바 있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개념인 사회적 경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의 기본 개념은 물론 역사적 흐름을 충실하게 소개했다. 또한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현재 한국과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미지중앙

'손자병법' '모비딕' '연금술사'



■ 세계를 움직인 그들의 초이스


트럼프 대통령은 ‘손자병법’이 애독서로 알려져 있다. 그의 애독서인 ‘손자병법’을 토대로 정천구, 헬렌 정이 ‘트럼프 전략의 신’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아웃사이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기득권과 대결에서 승리해 미국 대통령이 된 과정을 트럼프의 애독서 ‘손자병법’을 활용해 풀어낸 것. 정치라고는 해본 적 없는 기업가 트럼프가 백전노장이 버티고 있는 미국 정치판에서 막강한 경쟁자를 차례로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전략과 손자병법의 주요 가르침이 일치하는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손자병법’은 춘추시대 제후들 간에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난 뒤, 손자가 전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낸 책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리더들에게 끊임없이 읽혀 온 고전이기도 하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당선 이후 페이스북(Facebook)에서 자신의 3대 애독서를 소개한 바 있다. 세익스피어의 희곡과 에머슨의 ‘자기신뢰’, 그리고 ‘모비 딕’ (Moby Dick)이다. 뉴욕타임스는 2009년 취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독서열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영감을 주는 오바마의 웅변술이 만들어지는 것에 많은 것이 기여했지만, 언어의 마술에 관한 이해와 독서열이 그가 미국인과 자신의 생각을 소통하는 드문 능력뿐만 아니라 오바마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애독서 중 ‘모비 딕’은 포경선장 에이허브와 거대한 흰 향유고래인 모비 딕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을 그린 위대한 명작이다. 결국 파멸을 맞는 포경선 피쿼드 호에서 한 사람 살아서 돌아온 청년 이스마엘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폭풍의 바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대모험을 통해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심오하게 담아냈다.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평균 200~300권을 읽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연간 60~100권의 책을 독파한 그는 르완스키와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를 때도 브라질의 세계적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위안을 얻었다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신부가 되기 위해 라틴어, 스페인어, 신학을 공부한 산티아고가 어느 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떠돌아다니기 위해 양치기가 되어 길을 떠나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집시여인, 늙은 왕, 도둑, 화학자, 낙타몰이꾼, 아름다운 연인 파티마, 절대적인 사막의 침묵과 죽음의 위협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 자신의 보물을 찾게 되는 여정으로 전세계 2000만 독자들이 읽은 전설적인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이미지중앙

'홍매:용재수필' '레 미제라블' '에밀과 탐정들'



■ 지도자들의 다양한 개인적 취향


1950년대 중국을 통일한 마오쩌둥은 루쉰을 “암흑과 폭력의 공격에서도 독립적으로 버텨낸 한 그루의 큰 나무”이자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자이며 철저한 유물론자”로 평가하며 ‘아Q정전’을 사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야비한 속성을 지닌 '아Q'라는 인물을 통해 신해혁명 전후 중국 봉건사회의 내적 모순을 총체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무기력하고 비굴한 근성을 지닌 중국 민중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풍자와 해학적 웃음으로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 홍매의 ‘용재수필:인재관리’도 마오쩌둥의 애장도서로 꼽힌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어딜 가나 이 책과 함께 했고,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읽고 싶어 했다고 전해진다. ‘용재수필: 인재관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인재를 찾는 법과, 원석과도 같은 사람을 인재로 길러 내고 그가 끝까지 내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지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선(善)을 권하고 악(惡)을 버리도록 경고하며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경악하게도 한다. 견문을 넓혀 주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일깨워 주며, 의심을 해소하고 사리가 밝게 빛나도록 해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독일 메르켈 총리는 에리히 케스트너의 ‘에밀과 탐정들’이라는 동화책을 좋아하는 책으로 꼽은 바 있다. ‘에밀과 탐정들’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는 독일이 니치즘으로 혼란을 겪을 때에, 나치에 저항했던 지식인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에밀은 한 시골 마을에 사는 평범한 아이로 외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탄다. 혼자가 된 어머니가 어렵게 마련한 여비며, 할머니께 드릴 돈은 안주머니에 꼭꼭 감췄다. 에밀은 기차 안에서 잠깐 꿈을 꾸는 사이, 중산모를 쓴 낯선 사내와 함께 사라진 돈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과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를 꼽았다.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가 35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 오던 이야기를 십칠 년에 걸쳐 완성해 낸 걸작이다.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 폭동이라는 19세기 격변을 다룬 역사 소설이자 당시 사람들의 지난한 삶과 한을 담은 민중 소설이며, 사상가이자 시인으로서의 철학과 서정이 담긴 작품이다. ‘시지프의 신화’는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을 이루는 작품이다. 그는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삶에 빗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이라 말한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애독서는 참으로 그답다. 요시다 쇼인의 유서격인 ‘유혼록’(혹은 후루카와 가오루의 ‘유혼록의 세계’)은 매일 아침 읽는 도서로 알려져 있다.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로 일컬어지는 요시다 쇼인은 시골 마을 교사였지만 그가 가르친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당대 최고 권력자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토 히로부미가 요시다 쇼인의 엽짚에 살았던 제자로 유명하다. ‘유혼록’ 앞부분에는 “이내 몸은 비록 죽더라도 일본 민족의 고유한 정신(大和魂)만은 반드시 세상에 남길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아베 총리가 “강한 일본을 되찾자”며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를 도모해 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