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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이슈] 새로운 ‘No.10’ 디발라와 2000년대 유벤투스의 등번호 10번 계보
뉴스| 2017-08-14 11:37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폴 포그바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떠난 뒤 한 시즌 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던 유벤투스의 10번 주인공이 파울로 디발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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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디발라가 유벤투스의 새로운 10번으로 결정됐다. [사진=유벤투스]


유벤투스에게 등번호 10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유벤투스의 안드레아 아넬리 단장이 “유벤투스의 10번은 특별한 천재만이 얻을 수 있다”라고 직접 말했을 정도로 유벤투스의 10번은 아무에게나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팀의 상징과도 같다. 로베르토 바조,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등 유벤투스와 이탈리아를 동시에 대표하는 스타가 주인공이었고, 카를로스 테베즈, 폴 포그바 등 자국 선수가 아니더라도 세리에A를 대표하는 스타에게 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현재까지 당대 세리에A를 대표하는 최고 스타만이 유벤투스 ‘No.10’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유벤투스가 유럽 무대에서의 부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각 시대별 10번 선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유벤투스가 한때의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공시대를 열 수 있었던 데에는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카를로스 테베즈, 폴 포그바 등 위대한 ‘No.10’들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칼초 파도바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한 델 피에로는 93-94시즌 19살의 나이로 유벤투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새로운 ‘판타지 스타’의 등장을 전 세계에 알린 델 피에로는 1995년 로베르토 바조의 등번호 10번을 물려 받았다. 이후 2012년까지 유벤투스와 함께한 델 피에로는 세리에A 우승(6회), 세리에B 우승(1회), 코파이탈리아 우승(1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1회), UEFA 슈퍼컵 우승(1회) 등을 이뤄내며 커리어를 완성했다.

델 피에로가 유벤투스의 레전드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저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델 피에로는 칼치오폴리 사건으로 유벤투스가 세리에B로 강등되었을 당시에도 팀을 떠나지 않는 의리를 보이며 유벤투스를 한 시즌 만에 세리에A로 복귀시켰다.

“신사는 숙녀(유벤투스의 별명, Old Lady)가 외로울 때 곁을 떠나지 않는다.” 팀의 강등이 결정되었을 때 주장 델 피에로가 했던 이 말은 아직도 유벤투스 팬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명언이자 델 피에로가 유벤투스의 전설로 추대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카를로스 테베즈

델 피에로가 호주로 떠난 뒤 비어있던 10번의 새로운 주인공은 테베즈였다. 2013년 테베즈의 이적 소식과 함께 그의 등번호가 발표될 당시에는 ‘과연 테베즈가 유벤투스의 10번 유니폼을 물려받을 만큼 무게감이 있는 선수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테베즈는 독보적인 실력으로 자신의 등에 새겨진 번호에 대한 당위성을 스스로 증명했다.

두 시즌 동안 유벤투스에 몸 담았던 테베즈는 2년 간 50득점을 기록하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공격 선봉장 테베즈의 활약으로 유벤투스는 12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며 유럽 무대에 자신들의 부활을 확실히 알릴 수 있었다. 14-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테베즈는 유벤투스를 떠나 친정팀 보카주니어스로 돌아갔다.

폴 포그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잠재력은 인정 받았지만 경기 출전이 많지 않았던 포그바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위해 2012년 유벤투스로의 이적을 결정했다. 유럽 최 정상급 미드필더들로 구성된 MVP(마르키시오, 비달, 피를로) 라인이 건재했던 유벤투스에서 포그바는 출전 기회를 조금씩 늘려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이후 네 시즌 동안 세리에A 122경기, 유럽 챔피언스리그 32경기 등에 출전한 포그바는 세리에A우승 4회, 코파이탈리아 우승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 등을 이뤄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유벤투스 이적 당시 배정 받았던 등번호 6번을 달고 세 시즌을 뛰었던 포그바는 15-16시즌을 앞두고 10번으로의 등번호 변경을 자청했다. 팀의 에이스 포그바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던 유벤투스는 그의 등번호 변경을 허락했다. 하지만 포그바는 10번 유니폼을 선물 받은 지 한 시즌 만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의 복귀를 결정했고, 이는 유벤투스 팬들에게 원망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팀을 떠나는 껄끄러운 이별을 야기했다. 팀의 상징과도 같은 10번 유니폼의 의미와 팬들의 기대를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포그바가 남겨준 이적료로 세리에A 최고 공격수 곤잘로 이과인을 영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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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디발라가 유벤투스의 새로운 '판타지 스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유벤투스]


파울로 디발라


2012년 팔레르모에서 세리에A 커리어를 시작한 디발라는 2015년 여름 유벤투스로 적을 옮겼다. 이후 유벤투스 데뷔 시즌부터 리그에서 19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주축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두 번째 시즌이었던 16-17 시즌 역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2년 연속 더블(세리에A 우승, 코파이탈리아 우승)과 한 차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16-17 시즌)을 이끌었다.

세리에A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입증된 실력과 엄청난 스타성으로 디발라는 매 이적시장마다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름 팀에게는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10번을 부여 받으며 이적설은 단번에 가라앉았다. “새 시즌부터 달게 될 등번호에 대해 책임감을 크게 느끼며 앞으로 유벤투스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힌 디발라에게 팀의 새 시대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과연 디발라가 새로운 등번호에 걸맞는 활약과 함께 유벤투스의 새로운 ‘판타지 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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