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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집에서] 메이저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은 마쓰야마 히데키
뉴스| 2017-08-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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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첫 메이저 우승을 노리는 마쓰야마 히데키. [사진=PGA 오브 아메리카]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메이저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마쓰야마는 14일 열린 제99회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으나 파4홀인 16번 홀의 보기로 일본인 첫 메이저 우승이란 대망(大望)을 접어야 했다. 선두 저스틴 토마스를 1타차로 추격하며 맞은 16번 홀에서 2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홀로 향하던 볼은 급격하게 경사를 타며 돌아 나오고 말았다. 결국 마쓰야마는 18번 홀에서도 티샷을 개울에 빠뜨리며 보기를 추가해 공동 5위에 머물렀다.

마쓰야마는 직전 대회인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마지막 날 9언더파 61타를 쳐 5타차 우승을 거뒀다. 마쓰야마는 최근 출전한 20개 대회에서 무려 6승을 거둬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를 떠오르게 했다. PGA챔피언십 3라운드에선 보기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 케빈 키스너와 함께 공동선두에 올랐다. 모든 게 메이저 우승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골프의 신(神)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마쓰야마는 평소 “100승을 거두면 점보 오자키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점보 오자키는 12번이나 일본투어 상금왕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로 JGTO 통산 94승을 거뒀다. 하지만 마쓰야마가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면 그는 단숨에 일본골프 최고의 영웅으로 올라설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 남자골프는 아시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메이저 도전에선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점보 오자키를 비롯해 이사오 아오키, 토미 나카지마, 마루야마 시게키, 가탸아마 신고 등 마쓰야마의 선배들은 모두 메이저 우승에 실패했다.

마쓰야마의 이번 패인은 뭘까? 드라이버 정확도가 거론된다.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마쓰야마는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322.5야드에 달했다. 반면 페어웨이 적중률은 57.14%로 좋지 않았다. 러프나 벙커에서 다음 샷을 해야 해 그린 적중률도 55.56%로 좋지 않았다. 그 결과 보기를 6개나 범했다. 특히 16번 홀과 18번 홀 보기는 모두 티샷이 러프와 해저드로 들어가 발생한 보기였다. 상기된 표정의 마쓰야마는 경기후 “내가 원하는 대로 드라이버를 칠 수 없었다”며 아쉬워 했다.

마쓰야마에겐 스윙코치가 없다. 어려서부터 스크래치 골퍼인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다. 지금도 스윙에 이상이 생기면 휴대폰으로 촬영해 일본에 머물고 있는 부친 미키오에게 스윙 영상을 보낸다. 마쓰야마가 지금껏 코치를 고용한 건 숏게임 코치인 피터 코웬 뿐이었다. 마쓰야마는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골프장과 연습장, 숙소를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한다. 매년 하와이에서 전년도 우승자들만 출전해 치러지는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에 출전했을 때 “바닷가에 가서 서핑을 하고 싶지 않나?”라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난 수영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런 건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조던 스피스는 PGA챔피언십 도중 “마쓰야마는 오래 전부터 메이저 우승을 위한 준비가 된 선수”라고 평가했다. 세계랭킹 50걸중 49명이 출전한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5타차 완승을 거뒀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골프의 신은 그에게 메이저 우승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 골퍼는 마쓰야마의 라이벌인 이시카와 료다. 이시카와가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에 상냥한 성격을 갖춘 덕이다. 하지만 마쓰야마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인기 판도는 바뀔 것이란 게 일본 기자들의 예상이다. 은둔자의 모습으로 오로지 골프 기량의 향상에 애쓰는 마쓰야마가 내년엔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그에게 필요한 건 결정적인 순간 드라이버 정확도와 메이저 우승자들에게 주어지는 운(運)인 것 같다. 이강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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