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잇 수다] 여중생 폭행·소년법 폐지…끔찍한 학교폭력을 직시하다
뉴스| 2017-09-08 11:27
이미지중앙

'우아한 거짓말' '도와줘, 제발' '잊고싶은 기억과의 동행' '십자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전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부터 강릉, 아산, 그리고 서울까지. 연일 전국 각지에서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폭력의 강도와 잔혹함은 참담하다. 정말 10대 아이들이 이런 발상을 하고, 처참한 피해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다. 이로 인해 소년법 폐지 목소리가 높다. 모두가 지켜야 할 아이들이지만 그 때문에 지키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문학계에서는 학교폭력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피해자들이 직접 쓴 이야기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이야기까지. 학교폭력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한다.
이미지중앙

'돌멩이' '잊고 싶은 기억과의 동행'


■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모른다” 경험자들의 이야기

‘돌멩이’ (김혜진 지음 | 푸른영토)는 학교 폭력으로 희생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의 삶을 통해 사회가 불안하게 안고 있는 학교 폭력을 기록한 사회소설이자 힘이 없는 자를 짓밟고 그 위에 서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고발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돌멩이’ 저자 김혜진은 첫째아들이 경험한 학교 폭력과 이로 인해 생긴 가족의 아픔을 소설에 담았다. 김혜진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소설의 구성상 변형이 가해지긴 했지만, 대부분 우리 가족이 직접 겪은 일이다”면서 “학교폭력은 그 아이에게도 치명적이지만 그의 가족 모두 피해자다. 부부의 미래이고 꿈이었던 아이가 그렇게 당하고 오면 집안의 미래와 꿈이 사라진다. 내가 애써서 노력하면서 자식 잘 키우자고 하는데, 그게 무너지면 일하고 살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나도 남편이 죽고 나서 애들 잘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지내다 망가지는 아이를 어떻게 해줄 수가 없게 되자 우울증에 빠져 여러번 죽음을 생각했다”고 억장이 무너지는 부모의 심정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책 속 “오늘 이 아침, 교복을 입고 종종걸음을 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죄스러워지는 것은 나 역시 방관자이기 때문일 것이다”라는 문구는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다.

같은해 출간된 ‘잊고 싶은 기억과의 동행’(이학준 지음 | 사람과책) 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직접 썼다. 당시 17살이던 이학준은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자퇴한 뒤 현재 방송통신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초등학교 시절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경험 때문이었다. 책 안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학교라는 곳에는 세 가지 종류의 국가가 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침략국, 다른 나라에게 침략을 당하는 속국, 그리고 그 전쟁을 관람하는 중립국이 그것이다. 침략국과 중립국은 연합국이지만 속국은 단일국이다. 대부분의 중립국은 다른 나라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 자신들마저 속국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잊고 싶은 기억과의 동행’은 학창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소설 속 주인공은 29살이 돼서 그 당시 가해자였던 ‘놈’을 만나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그와 실랑이를 벌이다 맞아서 정신을 잃게 된 주인공은 타임슬립으로 10년 전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고등학생인 또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되고, 그를 도와준다고 대신 벌인 싸움이 아이를 가해자로 변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던 그는 점점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어가는 예전의 ‘나’를 보며 당혹해한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건은 일어나고 그는 다시 예전의 ‘나’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주인공은 가해자가 된 과거의 자신에게 “피해자를 위해 해야 하는 건 도망가지 말고 사과하고 잘못된 걸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지중앙

'우아한 거짓말' '십자가' '괴물, 한쪽 눈을 뜨다'


■ 학교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든, 옳지 않다

‘우아한 거짓말’(김려령 지음 | 창비)은 주인공 천지와 비슷한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던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죽은 자’인 천지의 목소리로 그간 겪어온 아픔과 고통을 이야기하며 가슴을 울리고 ‘산 자’의 이야기를 통해 주변인들을 둘러싼 사건과 감정의 변화를 묘사한다.

평소와 달리 생일선물을 미리 사달라며 엄마를 조르던 천지는 자신이 짠 털실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언니 만지는 동생이 남긴 흔적을 따라 퍼즐을 맞춰가고, 천지의 단짝으로 알았던 화연을 찾아간다.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지를 이용했던 화연은 천지가 죽은 뒤 자신이 따돌림 받는 것을 느끼고, 주위를 맴도는 천지의 가족들은 화연을 조여 온다. 만지는 천지가 남기고 간 털실 뭉치에서 이제 모두를 용서한다는 쪽지를 발견하고, 자신이 미워했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보낸 천지의 흔적을 따라간다. 김려령 원작 ‘완득이’를 영화화했던 이한 감독과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주연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는 학급에서 일어난 집단 괴롭힘 사건을 세 명의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자폐 기질이 있는 임영섭은 2학년 3반의 투명인간이다. 일 년 내내 이어진 '문제아'들의 괴롭힘은 학년 말 겨울방학 시작 이틀 전에 일어난 성희롱 사건에서 절정에 이른다. 재미난 놀이로 시작했던 장난은 선을 넘어 잔인한 괴롭힘으로 돌변한다. 중학교 교사인 작가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집단 괴롭힘을 다뤘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 보이는 인물들을 화자로 내세워 방관자와 보호자, 그리고 피해자 안에도 숨어 있는 괴물성을 보여준다.

일본소설 ‘십자가’(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 이선희 옮김 | 예담)는 작가가 다큐멘터리에서 자살한 왕따 학생의 아버지 인터뷰를 보고 2주만에 쓴 작품이다. 2010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왕따를 당하던 후지슌은 자신의 집 마당 나무에 목을 매 자살을 한다. 그가 남긴 유서에 네 명의 이름이 써 있다. 두 명은 가해자 그리고 두 명은 절친과 그가 좋아했던 여학생. 사실 방관자였던 남겨진 두 명의 이야기와 남겨진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학교폭력의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게 한다.
이미지중앙

'초콜릿 전쟁' '도와줘, 제발'


■ 내 아이에게, 건네주면 어떨까요

로버트 코마이어의 ‘초콜릿 전쟁’(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 안인희 옮김 | 비룡소)은 미국 청소년 문학을 대표하며 학교 내 폭력과 비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전미 도서관 협회가 선정한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책'이자 1974년 뉴욕타임즈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트리니티 고등학교 신입생 제리는 어머니를 여읜 슬픔과 아버지의 초라한 인생에 대한 불만 속에서 풋볼에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의 비밀 서클 '야경대'가 제리를 자신들의 희생자로 지목하고, 학교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초콜릿을 판매하는 연례행사를 한시적으로 거부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를 거부한 제리는 학생들의 영웅으로 떠오르지만 야경대 아치는 새로운 음모를 준비한다.

독일소설 ‘도와줘 제발’(엘리자베스 죌러 지음 |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은 학교 폭력의 실상을 다룬 청소년 심리소설이다. 고등학교 교사인 작가가 수년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교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위한 책이다.

주인공 니코는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된 폭력은 시간이 갈수록 극에 달한다. 케빈과 라파엘은 교실에서 니코를 괴롭히지만, 다른 아이들은 다음 괴롭힘의 대상이 될까봐 두려워 침묵한다. 더 이상 출구가 없자, 니코는 자신을 괴롭히는 그들을 권총으로 쏜 후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다.

폭력의 희생자가 다시 폭력의 주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작가는 가해자보다 폭력에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자녀를 폭력의 희생자로 혹은 가해자로 내모는 부모의 몰이해와 어른의 무관심을 비판하고 있다. 폭력은 가해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미지중앙

'14살, 형법이 네 미래를 좌우한다', '이선생의 학교폭력 상담실'


■ ‘소년법 폐지’? 현실을 직시하는 법

‘14살, 형법이 네 미래를 좌우한다’(한정우 지음|예문당)는 14살의 문턱을 넘는 순간 따라붙는 형법에 대한 안내서다. 저자는 법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 나이, 14살에 더 이상 법을 피할 구멍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독자들을 위해 14살부터 적용되는 형법에 대해 제시한다.

재산범, 조폭범, 흉악범, 과실범 등 단 한번의 실수로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까지 망치는 청소년 범죄의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준법을 위해 필요한 14살의 10계명과 14살을 위한 형법총칙, 형법각칙 등을 정리했다. 이를 통해 형법이 청소년에게 경고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

그런가 하면 ‘이선생의 학교폭력 상담실’(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김경욱, 백서윤, 임정근, 곽은주, 이경재, 이혜미 지음 | 양철북)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학교폭력의 형태와 양상들을 안내하고 그에 대처하는 교사들의 올바른 태도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해 주는 책이다. 따돌림사회연구모임에서 14년간 모집한 44가지의 학교폭력 상담사례를 담아 학교폭력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해결책으로 힘들어하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교사의 목소리, 학부모의 목소리, 학생의 목소리 등 모두 3부로 나누어 교육 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처지에서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내용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가 학교폭력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해결책으로 힘들어 하는 부분을 짚어준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