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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View] ‘남한산성’ 이병헌 “종잡을 수 없던 김윤석, 묘한 케미 생겨”
뉴스| 2017-10-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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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이병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제일 행복한 순간이죠.”

‘협녀’ ‘광해’에 세 번째 선택한 사극인 ‘남한산성’ 개봉을 앞둔 이병헌은 그야말로 홀가분해 보였다. 작품을 접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안도감을 내비쳤다. 배우 스스로도 만족감을 드러낼 정도로 ‘남한산성’은 근래에 보기 드문 속이 꽉 찬 정통 사극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가 정적으로 흘러가는지 모르겠지만 정적인 와중에도 뜨겁다고 느꼈다. 눈밭에서 입김이 가득한 추운 느낌을 주지만 이것보다 뜨거운 영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1636년 병자호란 당시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이 겪어내야 했던 혹한의 47일을 그린 ‘남한산성’은 조선의 굴욕적인 역사를 되짚었다. 여기에 70만부 이상 판매된 김훈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실화에 인기 원작까지 있는 작품이었기에 부담이 될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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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실존 인물과 이야기를 연기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시나리오의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했다. 제가 그 시대를 돌아가서 그 양반을 봤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 상상할 수밖에 없지만 시나리오에서 요구하는 것을 벗어나지 않고 결과적으로 왜곡되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모습도 조명했지만 ‘남한산성’은 화친 최명길(이병헌), 척화 김상헌(김윤석)의 첨예한 갈등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두 캐릭터의 신념에는 모두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에 최명길을 맡은 이병헌도 두 캐릭터 모두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소신을 반대로 간 두 캐릭터지만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가 더 먼저고 크다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면에선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가 더 우월하다는 건 없었다. 만약에 김상헌으로 제안이 왔어도 기분 좋게 했을 것 같다. 주변에서 ‘김상헌 했어야지’하는 분도 있었다. 영화사에서 촬영 다 끝나고 최명길을 선택해줘서 감사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김상헌을 하는 게 나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최명길을 해서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친한 감독님은 김윤석과 캐릭터를 바꿔서 했어도 재미있겠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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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동혁 감독, 연기 보다 입김 때문에 고민하더라.”

유난히 긴 겨울을 보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남한산성’은 좀 더 실감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추운 겨울, 모든 장면을 야외 공간과 오픈 세트에서 진행했다. 스크린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추위가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이니 촬영에 임했던 배우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입김은 다른 조건이 있어야 하더라. 진짜 추우면 입김이 안 난다. 이 영화에서 입김이 얼마나 중요했냐면 연기보다 입김 때무에 감독님이 고민하더라. 최명길의 첫 등장장면을 초반에 찍었는데 나중에 일기예보 보고 추운 날 다시 찍자고 하더라. 2개월 있다가 다시 찍은 거다. 왕조차도 입김이 나는 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환경을 강조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더라.”

‘남한산성’의 가장 큰 백미로 꼽히는 장면은 인조(박해일) 앞에서 펼치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논쟁이다.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만으로도 긴장감이 흘렀다.

“가장 뜨겁게 두 사람의 소신이 부딪치는 장면이었다. 그 신 하나만으로 영화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중요했기 때문에 대사가 입에 안 맞아서 NG가 나는 경우는 만들지 말자고 했다. 연기 톤을 가지고 고민할지언정 다른 걸로 방해받지 않으려고 저뿐만 아니라 박해일, 김윤석,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많이 신경 썼을 거다. 그 장면이 어떤 영화, 어떤 화려한 액션보다 강렬하고 뜨겁다는 걸 알고 있어 좋은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최명길과 김상헌이 팽팽한 평행선을 이루듯이 이병헌과 김윤석 역시 연기톤이 180도 달랐다. 누가 더 잘 했다는 비교는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 장면마다 극강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 케미스트리가 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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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과 처음이라 궁금했는데 연기 패턴이나 여러 가지가 너무 다르다. 저하고도 다르지만 제가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다른 배우들과도 다른 느낌이다. 되게 독특하구나 생각했다. 대부분 리허설을 주고받으면서 호흡이 맞아 가는데 김윤석은 매 테이크마다 다르니까 종잡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을 그 상황에 던져놓아서 그렇게 되는 건지 그러다 보니까 나도 그렇게 되더라. 순발력있게 호흡에 맞춰서 내 것을 말해야지 안 그러면 호흡이 이상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과물이 너무 재밌어졌다. 묘한 케미가 생겼다.”

‘남한산성’은 극장을 나갈 때 관객들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김상헌, 최명길의 주장은 선과 악을 따질 수 없고 고뇌하는 인조까지도 이해가 된다. 이병헌 역시 스스로를 결정장애라고 밝히며 그 부분이 ‘남한산성’의 주제라고 강조했다.

“김상헌의 주장, 최명길의 주장의 색이나 방식에 감동이 있는 건 아니고 후반에 최명길이 처음으로 왕에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직선적으로 한다. ‘임금이 무엇이냐’고. 그 지점이 소신과 색을 떠나 가장 인본주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이 이야기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건 아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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