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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영의 읽다가] 나는 자격이 있는 엄마일까?
뉴스| 2017-10-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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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삶은 어렵다. 살아갈수록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어느 상황에 조금 익숙해질라치면 또 다른 어려움이 봉착한다. 내겐 육아가 그렇다. 아이를 처음 내 안에 품었을 땐 엄마가 된다는 사실조차 실감하지 못했다. 행동을 조심했을 뿐 태동을 느끼고서야 꼬물거리는 뱃속의 생명을 실감했다. 세상에 나온 아이를 처음 품었을 땐 나도 모를 희열과 기쁨에 둘째도 낳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찼고, 아이가 첫 발을 떼고 첫 단어를 떼는 그 순간들이 벅찼다.

그리고 5년, 아이는 점점 커간다. 고집이 생겼고, 떼를 쓴다. 적잖이 당황스럽다. 대처법도 모르는 미숙한 이 엄마는 회유와 윽박과 논리를 오가며 아이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수많은 책과 가르침을 접했지만 육아 전문가의 보편적 방식과 내 아이의 다름은 머릿속만 혼란스럽게 만든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또 워킹맘으로서 아이에게 집중할 수 없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육아방식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뭘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모르는 답답함에 자책감이 더해지면서 마음마저 우울해지고 말았다.

그 때문에 요즘 들어선 도망가고 싶은 날이 비일비재했다. 모두가 없는 곳에서 딱 하루만,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정말,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 나는 엄마로서 자격이 있는 걸까. 나는, 엄마가 되기엔 부족한 사람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끝없는 걱정과 회의가 나를 휘감기 일쑤였다.

그럴 때 ‘엄마라서 고마워요’를 만났다. 다를 것 없는 엄마들의 마음을 담은 책이다. 여러 엄마들이 아이를 배에 품은 순간부터 육아를 해나가며 겪는 어려움과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뒷통수를 치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얼마나 이 아이를 사랑했는지, 이 아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했는지 깨닫게 됐달까. 언제부터 그 소중한 감정을 잊고 아이와 기싸움을 벌인 건지 생각하자 아찔했다. 아이는 어땠을까. 훈육이란 이름으로 우왕좌왕하는 엄마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이가 느꼈을 혼란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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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침나무)


그래, 이 아이가 도무지 말을 듣지 않고 떼를 쓰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아이임에 분명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아이를 다그치고 혼냈다. 사랑하기 때문이란 이유였지만 이것이 진짜 사랑인가 싶었던 순간들. ‘엄마라서 고마워요’는 아이의 변화에 휘둘리는 엄마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책이다. 엄마에게 어떻게 하라고 종용하지 않고 엄마를 위로하는 책도 아니다. 그보다 엄마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지, 어떻게 사랑해줘야 할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1% 행운’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공동 집필한 잭 캔필드의 전략은 주효했다. 전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그 노하우는 ‘육아를 하는 엄마’라는 좁은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세상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엄마들이 전하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세상의 엄마들이 인종, 나이, 국가를 뛰어넘어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은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엄마가 되어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자신을 보게 되는 경험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세상의 엄마들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지지 말라고, 무엇보다 자신을 돌보는 데 망설이지 말라고 말한다. 아이가 만나는 세상의 처음이자 가장 오랫동안 아이를 사랑해 줄 엄마이기에 엄마는 누구보다 행복해야 한다고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여러 사람들의 에세이를 모은 형식이라 가독성은 좋지만 깊은 울림을 원하는 독자에겐 아쉬움이 남는 책일 수 있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역할이 희생과 책임으로만 느껴져 고단하고 흔들릴 때마다 책장을 펼쳐보게 만드는 책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좋을 책이라 부담이 없다. 가방에 쉽게 넣고 다녀도 될 만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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