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블랙 팬서' 이름에 담긴 피투성이 역사…오락 영화에 쓸 이름 아니다?
뉴스| 2017-10-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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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블랙 팬서' 예고편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수정 기자] ‘블랙 팬서’가 부산의 전경을 담은 공식 예고편으로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블랙 팬서’는 와칸다의 국왕 블랙 팬서가 악당들에 맞서 전세계를 지켜내는 내용을 담은 마블 코믹스 작품이다.

영화 제목인 ‘블랙 팬서’는 실제 존재했던 당 이름이기도 해 눈길을 끈다. ‘블랙 팬서’란 영화 장르와 다르게 ‘블랙 팬서’의 역사는 피로 물들었다. ‘블랙 팬서’는 흑인 민권 운동의 흐름에서도 매우 급진적인 단체로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 말콤 엑스가 살해된 이듬해인 1966년 창립됐다.

‘블랙 팬서’란 이름의 당은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주의에 영향을 받았으며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온건 노선에서 벗어난 말콤 엑스의 강경 투쟁 노선을 지향했다. 프란츠 파농의 반식민주의 투쟁에도 감화된 ‘블랙 팬서’ 당은 미국에 거주하는 흑인을 위한 10대 강령을 내놓고 완전고용, 주거·교육·의료 보장 등과 함께 미국이 벌이고 있는 모든 전쟁의 종식도 요구하고 나섰다.

‘블랙 팬서’ 당원들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부당한 체포와 구금, 폭력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투쟁 방향에 지나친 폭력성이 개입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블랙 팬서 당원들은 거리에서 총을 겨누며 “혁명이 다가왔다. 총을 들어야 할 시간이다”라고 외쳤고, 결국 경찰이 나섰다.

1969년 12월4일, 14명의 경찰관이 시카고의 한 아파트에 침투해 잠들어있던 블랙 팬서 당원들을 공격했고 수백 발의 총을 난사한 끝에 20대 청년 두 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야 총알 대부분이 경찰이 발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1969년 한 해에만 300명 이상의 블랙 팬서 당원들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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