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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2017년 일본 Q스쿨의 의미
뉴스| 2017-12-13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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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일본 Q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양용은. [사진=JGTO]



2017년 일본 Q스쿨이 끝났다. 풀시드 출전을 보장받는 35위 이내에 우리나라 선수 10명이 포함됐다. 수석을 차지한 양용은, 차석을 한 안백준 이외에 권기택, 김진성, 황인춘, 이창우, 이동민, 박배종, 고태완, 김재호가 일본 투어카드를 확보했다. 한국의 여러 골프 미디어들은 주로 합격소식만을 보도했는데, 이 칼럼은 출전 선수들의 험난했던 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아마추어 선수의 참가

일본의 Q스쿨은 미국이나 아시안 투어와 마찬가지로 나이제한이 없으며, 아마추어 선수도 참가할 수 있다. Q스쿨을 통과한다면 그때 프로로 전향하면 되는 것이다. 프로 자격의 유무와 상관없이 무명 아마추어가 프로대회로 직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면 ‘신데렐라 스토리’가 탄생할 수 있다. 또 아직 고등학생인 아마추어 선수들이 불필요하게 서둘러 프로가 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아마추어의 Q스쿨 참가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의 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3라운드 경기인 1차 예선부터 치러야 하고, 프로 자격을 갖춘 우리나라의 선수들은 1차가 면제되어 2차 예선부터 시작한다. 한국의 아마추어 3명이 금년 1차 예선을 통과했고, 이중 한 명은 2차 예선까지 통과했지만 아쉽게도 3차에서 탈락했다.

지옥의 14라운드

일본 Q스쿨에 참가하는 선수는 호주, 태국, 인도, 중국 등에서 온 선수들을 합쳐 해마다 1,200명이 넘는다. 한국도 110명 정도가 참가했다. 참가자 중에는 유명 프로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골프팬 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 프로선수들이 꿈을 가지고 도전했다.

2차 예선은 약 1,000명이 참가하여 10개의 골프장에서 4라운드를 쳐서 40%만 살아남는 일정이다. 우리 선수 100여 명이 참가하여 58명이 통과했다. 3차 예선은 6개의 골프장에 2차 합격자와 2차 면제자 등 약 600명이 참가하여 다시 4라운드를 쳐서 30퍼센트가 살아 남는다. 한국은 82명 중 29명이 통과했다.

4차전은 6라운드의 최종전인데 202명이 참가했고, 4라운드들 쳐서 상위 90명을 가려낸 후 최종 2라운드에서 순위를 결정한다. 합격자는 35명이다. 한국은 32명이 참가해 10명이 35위까지의 합격증을 받았고, 21명이 90위 이내에 들었다. 36~90위의 선수들은 2부 투어에 출전할 수 있고, 1부 대회의 월요예선에도 나갈 수 있다. 이렇게 2차 예선부터 총 14라운드를 소화해야 ‘지옥의 레이스’가 끝나는 것이다. 라운드가 계속 될수록 선수들의 긴장감은 점점 높아졌고, 대회장소의 분위기는 모두가 기도를 하는 것처럼 조용했다.

경제적인 면도 살펴야 한다. 4차전까지 참가하려면 약 1,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비용을 지출하고도 최종전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10명 정도가 참가하는데, 경비가 없어서 참가하지 못하는 프로들도 많다.

한국선수들의 합격률도 흥미롭다. 35위 이내의 합격률을 보면 한국은 최종 10명이 합격해 참가자의 약 9%가 목표를 달성했다. 일본 선수들은 합격자가 20명으로 겨우 2%에 불과하다.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선전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통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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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일본 JGTO Q스쿨이 끝났다.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축하하고, 실패한 선수들은 더욱 분발하기를 기원한다.


골프도 해외취업!


일본 투어카드를 받았다는 것은 해외취업에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한국 남자투어의 현실이 어려우므로 해외취업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그런데 이 취업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대회에 나가 소득(상금)을 올리기에 앞서 현지에 잘 적응해야 한다. 일단 일본어가 서툴고, 일본 골프장의 환경이 한국과 다르다. 때로는 혐한파 일본선수들의 텃세도 극복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투어활동을 하려면 큰 비용이 필요한데 처음 몇 개 대회에서 상금을 벌지 못하면 다음 대회에 나갈 돈이 떨어져 버리는 선수들도 있다. 경제적인 불안감이 선수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성적은 계속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다가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투어카드를 잃고 빚만 남는 선수도 생긴다.

왜 일본투어로 가는가?

일본투어는 우선 상금이 국내보다 훨씬 크다. 우승을 한다면 스폰서를 잡을 확률도 높아진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 PGA로 진출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프로 선수에게 상금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세계랭킹이다. 세계 랭킹이 50위 이내로 들어가면 메이저 대회나 WGC 대회의 출전권을 받게 되고 거기서 성적이 좋으면 PGA로 진출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일본투어의 우승자에게는 최소 16점의 세계랭킹 포인트를 주는데 한국투어의 경우 9점만 받는다. 세계랭킹 포인트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일본과 한국 투어의 수준 차이가 그 정도는 된다고 보는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회(내셔널타이틀대회)에서도 일본 오픈의 우승자는 32점을 챙기는데, 한국 오픈의 우승자는 아시안 투어와 공동주최해도 겨우 12점뿐이다. 일본투어에서 성적이 좋으면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높은 세계랭킹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부러운 일본

일본 Q스쿨이 열렸던 코스들은 모두 천연 잔디의 연습장을 보유했고 칩샷이나 피치샷 같은 쇼트게임 연습이 가능했다. 그린 스피드와 페어웨이, 코스 관리와 셋업 상태도 최고수준이었다. 우리 선수들은 이런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는 일본 선수들을 부러워했다. 현지에서 JGTO의 대회 준비과정과 무결점의 운영상황을 살펴보던 필자도 그들이 부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천연 잔디에서 연습공을 칠 수 없는 국내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일본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둔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18년 시즌에 좋은 성적을 올려서 상금과 세계랭킹 포인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한다. 또 올해에 합격하지 못한 선수들은 우선 자기의 기량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하기를 바란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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