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기자 Pick] 개인주의는 왜 이기주의로 오해받을까
뉴스| 2017-12-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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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학동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가능한 한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그런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는 바람은 그리 커다란 욕망이 아닐 것이나, 이만큼을 바라기에도 한국사회는 그리 녹록지 않다.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오래된 문화 풍토는 늘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경쟁하며 살도록 하면서도 눈치껏 튀지 않고 적당히 살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것을 ‘사회생활’이라 여긴다. 조직 또는 관계로 얽히고설킨 것이기에 그런 풍토로부터 웬만해서는 쉽사리 벗어나기조차 어렵다.

합리적 개인주의에 대해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이 ‘개인주의자 선언’을 펴냈다. 이 책에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나는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러면 훗날 내게 기회가 오더라도 이런 책은 쓸 필요가 없게 된다”라는 추천사를 쓰기까지 했다.

저자는 근대적인 의미에서 ‘개인’이란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자라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란 집단의 화합과 전진을 저해하는 배신자로 여겨지지만 개인주의야말로 르네상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엔진이라 주장한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이렇듯 한국사회의 국가주의적, 집단주의적 사회 문화를 신랄하게 파헤친 책이다. 현직부장판사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저자는 가족주의 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일수록 합리적 개인주의가 필요하다 말한다. 수많은 개인들이 ‘내가 너무 별난 걸까’ 하는 생각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제풀에 꺾어버리며 살아가는 것은 거꾸로 건강하지 못한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원인이 된다는 경고도 함께다.

따라서 저자는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연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설한다. 그래야만 진영논리만이 확연한 정치, 과잉된 교육열과 경쟁 그리고 공고한 학벌사회, 서열화된 행복의 기준 같은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구조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주의’와 동의어로 오해받는 ‘개인주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저자가 말하는 ‘합리적 개인주의’란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저자가 꿈꾸는 사회ㅡ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에서 링 위에 오를 선수는 우리 혹은 우리 회사가 아닌 개인이다.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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