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언택트의 도래] ①직접 소통 단절의 시대…사이렌오더·카카오택시의 의미
뉴스| 2018-01-04 11:48
불편한 소통 대신 편안한 단절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른바 언택트라 부른다. 접촉을 뜻하는 ‘CONTECT’(콘택트)에 부정을 뜻하는 ‘UN’(언)을 붙여 만든 단어다. 이미 일상엔 언택트를 활용한 마케팅이 점차 자리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주문)라든지 카카오택시가 그 예다. 굳이 점원 또는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눌 필요 없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시대다. 누군가는 점원의 과도한 관심이 불편해서 또 누군가는 그저 간편한 것들을 선호해서 이러한 마케팅을 찾는다. 일상에 자리한 언택트 마케팅,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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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직장인 김경일(인천.34) 씨는 대부분의 쇼핑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다. 간혹 직접 쇼핑을 나갈 때면 그는 카드 말고도 꼭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이어폰이다. 이유는 바로 점원들의 과도한 친절 때문이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뭐 찾으시는 상품이 있으세요?”라며 다가오는 점원들의 친절은 그에게 불편함을 안긴다. 하지만 점원들의 이 불편한 친절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가 쇼핑하는 내내 점원은 그의 주위를 서성였다. 그 불편함 때문에 김경일 씨는 매장을 그대로 나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같은 일을 몇 번 겪은 뒤로 그는 이어폰으로 소통을 차단한 채 쇼핑을 다닌다.

이처럼 점원들의 친절을 불편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띠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경계에 누군가 침범하는 것을 경계한다. ‘나홀로’ 쇼핑족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유통업계도 이 같은 니즈를 재빨리 캐치했다. 발 빠르게 점원과 고객 사이의 콘택트를 최소화 시키는 언택트 마케팅을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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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키오스크 이용 중인 배우 다니엘 헤니(사진=연합뉴스)


■무인시스템의 확대, 음식·화장품·꽃 등 종류도 다양

언택트 마케팅이 빠르게 보급된 분야는 키오스크(kiosk) 무인주문시스템이다. 특히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키오스크가 대폭 확산 중이다. 롯데리아는 2014년 처음 키오스크를 도입한 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맥도날드도 마찬가지다. 맥도날드는 올해까지 전체 매장의 50%이상인 250개 곳에 키오스크를 확대할 예정이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자주 햄버거를 주문한 직장인 박상학(서울.27) 씨는 “불필요한 대화 없이도 빠르고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어서 자주 애용한다. 주로 혼자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편인데 무인주문시스템을 이용해 주문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덜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자판기도 다시 부활했다. 그간의 자판기를 떠올린다면 커피나 음료에 국한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래 확대되고 있는 자판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화장품은 물론, 꽃, 반찬, 옷까지 종목별로 각양각색의 자판기를 만나 볼 수 있다. 부산에 위치한 반찬가게 공들찬에서는 반찬자판기를 운영 중에 있고,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의류 구매 자판기 ‘유니클로 To Go’를 미국 공항에 설치했다.

꽃자판기는 도심 위주로 제법 확산된 상태다. 꽃자판기에는 시들지 않도록 가공한 프리저브드 플라워나 드라이플라워를 다양하게 디자인해 판매한다. 화장품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 이니스프리는 서울 여의도와 왕십리에서 화장품 자판기 미니숍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이니스프리에서는 화장품 자판기 외에 언택트 마케팅을 이용한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 바로 침묵 서비스다. 강남직영점의 한 직원의 아이디어로 ‘혼자 볼게요’ 바구니가 탄생했다. 매장 입구에 ‘혼자 볼게요’ ‘도움이 필요해요’ 두 가지 문구가 적힌 바구니가 배치돼 있는데 ‘혼자 볼게요’가 적힌 바구니를 들고 매장에 들어가면 직원이 말을 걸거나 따라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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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언택트 마케팅, 올 한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

유통업계에서는 언택트 마케팅이 2018년을 기점으로 더욱 전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 학교 등 생활 속 관계에 대한 피로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개인주의적 변화가 이 같은 소비문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량 구매 증가와 불필요한 소통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언택트 마케팅이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 절약이나 유통과정 생략에 따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도 용이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택트는 일차원적인 무인이나 비대면 기술을 넘어선 기술이다. 상황 적응적이며 소비자 니즈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자리 감소와 노인 소외 등의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 문제가 제기됐다. 다만 소비자의 니즈가 빠르게 변화하고 만큼 언택트와 콘택트를 접합한 마케팅도 이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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